‘헤어질 결심’ 의대 교수들, 긴장감 속 마지막 선택만 남았다(종합)
전국 대형병원 교수들 사직서 제출 움직임 이어져
환자들 진료 보면서도 장기화 될까 불안감 호소
- 한귀섭 기자, 김기현 기자, 유재규 기자, 이성덕 기자, 남승렬 기자, 강교현 기자, 장수인 기자, 김지혜 기자, 임양규 수습기자, 김규빈 기자, 김태진 기자
(전국=뉴스1) 한귀섭 김기현 유재규 이성덕 남승렬 강교현 장수인 김지혜 김규빈 김태진 기자 임양규 수습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하며 전국 의과대학, 병원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고 효력이 발생한 날인 25일 의료 현장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의료계는 주 1회 진료와 수술을 휴진하기로 했으나, 병원 측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은 의료계와 정부 모두에게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25일 뉴스1 취재 결과 전국 대형병원 '빅5' 중 4곳(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병원)은 일주일에 한 번 외래진료, 수술을 휴진하기로 결정했다.
원광대 의대 교수들은 오는 29일 의대 학장에게 110여장의 사직서를 출력해 제출할 예정이다. 전북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이날부터 개별적으로 학교 측에 사직서를 직접 제출될 계획이다.
대전 지역 일부 대학병원도 주 1회 진료를 중단하는 ‘셧다운’ 가능성에 대해 고심하고 있어 환자들의 불편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명대 의대와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 사직 수리 여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뚜렷한 이탈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대 의대 및 강원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임시총회를 갖고 사직여부와 진료축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결과는 이날 오후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강릉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내달 3일부터 일주일에 한 번 휴진에 동참하기로 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도 자체적으로 주 1회 휴진을 검토 중이다.
충북대학교는 지금까지 병원과 의대 소속 교수 200여 명 중 60% 수준인 11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환자와 보호자들은 진료가 멈추진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울산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보호자 대기실에서 만난 김수정 씨(63)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동생의 류머티즘병 재활 치료를 기다리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동생의 병이 시간 지난다고 좋아지는 병이 아니라, 악화를 늦추기 위해서 병원을 다니는데 진료에 차질이 생기면 근육에도 타격이 커 많이 불안하다"며 "지금까진 큰 문제를 느끼지 못했지만 내달 예정된 정기 진료도 무탈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다섯 살배기 손자를 데리고 원광대학교병원을 찾은김 모 씨(55)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두 달이 넘도록 환자들, 국민만 불안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굽히던 의사들이 따르던 둘 중의 하나는 결론이 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대학교병원에서 만난 환자와 가족들도 우려를 쏟아냈다. 보호자 손 모 씨(41)는 "의료 공백이 있는 상황 속에서도 진료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교수님들까지 병원을 관둔다고 하면 이제 어디 가서 진료받아야 할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환자 김모 씨(28)는 "제가 아는 사람만 해도 벌써 10여 명이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진료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며 "한 달 넘게 반복되고 있는 정부와 의사들의 갈등이 환자들을 점점 더 사지로 내몰고 있다. 정말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han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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