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자라는 소나무처럼 새 일꾼이 희망 주기를" 강릉산불 1년 경포서도 한표
피해주민 "새 일꾼, 관련 절차에 힘 실어야" 당부
산림 120㏊ 잿더미… 관광단지에 화마 집중돼 274억 피해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새 일꾼이 피해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뛰어주길 바랍니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본투표가 10일 시작된 가운데, 지난해 4월 악몽 같은 화마(火魔)의 피해를 입은지 딱 1년을 앞둔 강릉 산불 피해지 투표소에도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강릉시 안현동 경포대초등학교에 마련된 경포동 제2투표소. 이 투표소는 지난해 4월 11일 발생한 강릉 산불 피해지인 경포도립공원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투표소다.
이날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도 지난해 산불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김남훈 씨(76)도 1년 전 불청객 '그 놈'이 다녀간 후 10년 보금자리를 잃었다.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김 씨의 집은 아직도 수리 중이다.
김 씨는 "산불이 전선이 끊어지면서 난 것으로 이미 결론이 났는데, 공식적인 원인규명과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새 일꾼이 피해주민들을 위해 관련 절차에 힘을 실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권자도 "1년이 지나면서 지역 피해는 어느 정도 아물고 있지만, 사람들 대부분 마음의 상처는 여전하다"며 "이번에 뽑힌 국회의원이 어떻게 일해주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4월11일 오전 8시 30분 강릉시 난곡동의 야산에서 발생해 경포 일대를 덮친 '강릉산불'은 강원지역에 발생한 대형산불 중 가장 큰 규모의 '도심형 산불'로 꼽힌다.
당시 순간 최대풍속 초속 30m에 이르는 '태풍급 강풍'을 타고 미처 손쓸 틈도 없이 번진 화마는 산림 120.7㏊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경포 일대에 울창했던 송림이 사라진 것이다.
또 인근 지역 주민 274세대 551명이 소중한 보금자리를 잃었다. 특히 관광지 특성상 펜션 등 건축물 피해가 커 274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강릉시는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해 왔다. 전국 곳곳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시는 불에 타버린 소나무 등 약 87㏊에 이르는 산림을 모두 벌채했다. 또 조림 복구를 위해 현재까지 48.18㏊ 임야에 해송과 벚나무를 심었다.
1년 전 산불이 '강풍에 쓰러진 나무 때문에 전선이 끊기며 발생한 전기 불꽃에서 비롯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가 나온 뒤론 산불 근원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강릉시는 '송·배전선로 주변 위험 목 제거 사업'을 통해 전선 주위 수목을 벌채,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산불 피해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한 결론은 아직 요원한 상태다.
관련 형사 수사가 장기화하자, 산불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 등으로 구성된 강릉산불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의 1차 소송인단은 35명이며, 비대위는 향후 최종 소송인단을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비대위는 또 법원 감정평가를 거쳐 구체적인 손해배상액 규모를 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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