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 고용해" 레미콘 회사 업무 방해 건설노조원 67명 유죄

法, 지회장 등 8명에 징역형 집행유예… 나머지는 벌금형

춘천지법 원주지원. (뉴스1 DB)

(원주=뉴스1) 신관호 기자 = 약 3년 전 민주노총 조합원이 근무하지 않던 강원 원주시 레미콘 사업장 등에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총 건설노조 소속 조합원 60여 명이 한꺼번에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 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강원건설기계지부 산하 레미콘지회장 A 씨를 비롯한 조합원 67명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 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수석부지회장 B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1년, 그 외 간부 등 6명은 징역 4~6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나머지 59명의 조합원은 사안별로 벌금 100만~700만 원이 선고됐다.

이들은 지난 2021년 3~4월쯤 수일 간격으로 원주시 소재 C 레미콘 사업장 앞 등지에서 각자 역할 등에 따라 시기를 나눠 여러 수법으로 출하·운송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민주노총 조합원 고용' '용차 임료 상승' 등을 요구하며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A 씨 등은 지역 내 레미콘 회사 18곳 중 민주노총 조합원이 근무하지 않는 10곳을 상대로 이 같은 행위를 했다.

이 사건 공소장엔 A 씨 등 조합원들이 서 있거나 앉아서 농성하며 현장 출입구를 봉쇄하는가 하면, 승용차를 몰면서 레미콘 차량 앞을 서행해 운송을 지연시키는 등의 수법으로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 레미콘 차량의 방출 레버를 작동시켜 시멘트가 쏟아지게 하거나, 레미콘·굴삭기로 사업장 출입구를 봉쇄하는 등의 수법으로도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박 판사는 "한 피해자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 회사들과 모두 합의한 점, 피고인들의 레미콘 지회 내 직책, 범행 가담 횟수, 범행 태양, 동종·폭력 성향·자격정지 이상 전과의 유무 및 개수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박 판사는 "각 범행 이후 피고인들이 소속된 레미콘 지회와 피해회사 대부분이 포함된 원주지역 레미콘 사측 사이에 '레미콘 공급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가 체결된 후 현재까지 별다른 갈등이나 마찰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이 있다"고 밝혔다.

skh8812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