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4차 공판… 제동등 점등 여부 놓고 공방
재판부, 블랙박스 영상 분석 결과 "메인 제동등만 켜졌다"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지난 2022년 12월 이도현군(당시 12세)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민사소송 재판에서 운전자와 차량 제조사 측이 차량의 제동등 점등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였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재형 부장판사)는 30일 사고 당시 차량 운전자 A씨(68·여)와 손자 이군 유족이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낸 7억6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 변론기일에서 재판부가 사고 당시 차량의 제동등 점등 여부를 영상을 통해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데 따라 검증기일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서 먼저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전 신호대기 중 사고 차량의 후미 유리창의 '보조 제동등'과 좌우 '메인 제동등'이 점등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사고 차량 뒤에서 주행하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재생했다.
이에 앞서 국립수사연구원은 '사고 차량이 모닝 승용차와 추돌하기 전 좌회전을 위해 신호대기를 할 땐 후미에 보조 제동등이 들어왔지만, 추돌 전후 상황에선 점등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제조사 측은 만약 신호대기 땐 해당 차량의 '보조 제동등'이 켜졌으나, 추돌 전후엔 점등되지 않았다면 "운전자 A씨가 페달을 오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펴온 상황. 그러나 A씨 측에선 "사고 당시 차량 후방의 좌우 제동등이 켜져 있던 것으로 봤을 때 '보조 제동등'은 차량 결함으로 이미 고장 난 상태였다고 봐야 한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 "(메인) 제동등은 들어오지만, 유리창 상단 가로로 길게 돼 있는 보조 제동등은 점등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자 제조사 측은 "다른 영상들과 비교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재판부는 이날 다른 영상을 통해 모닝 차량과의 추돌 전후 사고 차량의 제동등이 점등했는지 여부도 확인했다. 재판부는 "양쪽(후미 좌우) 제동등이 순간적으로 점등됐다가 꺼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이 "모닝 추돌 시점에 제동등이 들어왔음이 확인된다"고 지적하자, 피고 측은 "충돌 관성에 따라 점등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선 사고 차량의 제동등 점등 방식을 두고도 A씨와 차량 제조사 측 의견이 엇갈렸다.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 소프트웨어(ECU)를 거치지 않고선 제동등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A씨 측 주장에 제조사 측은 "해당 장치 상태와 관계없이 브레이크를 밟으면 제동등이 들어온다"고 맞섰다.
이날 영상 검증을 마친 재판부는 오는 3월26일 5차 공판을 열기로 하고 양측에 전문가 증인 신청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A씨 측의 추가 보완 감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앞서 2022년 12월6일 강원도 강릉시 홍제동 도로에서 60대 A씨가 몰던 소형 SUV 차량이 배수로에 추락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동승했던 이군이 숨지고 A씨가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A씨 측은 당시 사고가 차량 급발진 때문임을 주장하는 반면, 차량 제조사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시 사고를 조사한 강릉경찰서는 당초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했던 A씨에 대해 작년 10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으나, 이후 검찰이 이 사건 수사 지휘를 통해 재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5차 공판 전 사건 기록을 재검토해 검찰에 다시 넘기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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