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부사관, 그는 왜 아내를 살해했나 [사건의재구성]

살인·시체손괴·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혐의로 징역 35년
"아내 사랑했다"며 재판 내내 범행 부인…결국 항소

춘천 제3지역군사법원.(뉴스1 DB)

(강원=뉴스1) 한귀섭 기자 = "징역 35년을 선고한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군 법정에 회부된 육군 부사관 A씨에게 중형이 내려졌다. 아내를 사랑했다던 A씨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씨는 지난 3월8일 오전 4시52분쯤 동해시 북평동의 한 도로에서 싼타페 차량을 몰다 굴다리 옆 옹벽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조수석엔 아내 B씨가 타고 있었다. 구조 인력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B씨의 숨은 이미 멎은 상태였다.

시신에선 심각한 골절상이 확인됐으나 현장에선 소량의 혈흔만 발견됐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수사에 나섰고, B씨 가족들 역시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B씨 가족들이 A씨를 의심하는 이유가 있었다. B씨는 사고 전날 '자녀의 학원비 정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A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 인터넷 뱅킹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입금 내역이 없다. 빨리 확인 못 해줘서 미안하다'고만 답하며 아내 요청을 피했다. 자녀의 학원비로 TV를 구매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다투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B씨는 더 놀랐다. 계좌에서 자신이 모르는 대출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

A씨는 잔액뿐만 아니라 그동안 숨겨온 부채가 들킬 위기에 처하자 B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목을 졸랐다. 그렇게 B씨는 의식을 잃었다.

아내가 죽었다고 생각한 A씨는 여행용 가방을 이용해 아내를 차량 조수석으로 옮겼다.

A씨는 아내를 태우고 주행하다 시속 90㎞의 속도로 시멘트 옹벽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씨는 우측 발목 골절 등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했다.

지난 3월 8일 오전 4시 58분쯤 강원 동해의 한 도로에서 육군 원사 A(47)씨가 아내 B씨를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 옹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뉴스1 DB)

B씨 사망 후 A씨는 아내의 보험료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사고 상황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결국 보험금도 받지 못했다.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B씨의 부검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경부압박'과 '다발성 손상'을 사인으로 지목했다. B씨의 시신에선 '목이 눌린' 흔적이 발견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군검찰은 추가 수사 과정에서 A씨에게 총 2억9000만원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결국 A씨는 살인, 시체손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등의 혐의로 군사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재판 내내 범행을 부인했다. A씨 측은 "아내가 자살한 상태로 목을 조른 사실이 없고, 교통사고의 경우 고의가 없어 보험사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아내를 정말 많이 아끼고 사랑했고 지금도 보고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을 담당한 춘천 제3지역군사법원은 검찰 구형(30년)보다 높은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 초기 단계부터 B씨가 자살한 것이라는 납득 할 수 없는 변명과 객관적 정황에 모순되는 진술로 일관하고 범행에 대한 참회나 반성 등의 감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범행의 중대성, 범행 이후 A씨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 선고 후 B씨 사진을 품에 안고 있던 동생은 오열했다.

A씨를 향해 '이제라도 사과하라'며 목소리를 높였으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얼마 후 아내를 사랑했다던 A씨는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