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살해 교통사고 위장' 육군 부사관, 징역 35년…재판부 형량↑(종합2보)
검찰은 30년 구형했으나, 재판부가 형량 높여
"천인공노할 범죄 저질러, 징역 35년 선고해준 재판부 감사"
- 한귀섭 기자
(강원=뉴스1) 한귀섭 기자 = 아내를 살해한 후 교통사고로 위장한 혐의로 기소된 육군 부사관이 군사법원으로부터 중형을 선고받았다.
강원 춘천 제3지역 군사법원은 5일 살인,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육군 부사관 A씨(47)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검감정서에 따라 아내 B씨의 사인을 경부압박에 의한 의식소실과 교통사고로 인한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해 A씨 측이 주장한 자살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A씨 측이 주장한 B씨가 과거부터 우울증이 있어 자살했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가 운동을 시작했으며, 사건 당일에도 평상시처럼 마트를 다녀왔고 아들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남편의 퇴직 후 생활 계획을 세운 점을 들어 자살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사건 당일 “엄마와 아빠가 엄청 싸운다”고 아들들이 진술한 점과 늘어난 가계 부채를 알리지않은 것에 B씨가 A씨에게 계속 화를 냈고, A씨는 안방에 들어가 이야기할 것을 제안한 뒤 참고만 있지 않고 격분해 살인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주장한 자살 흔적이 없었고, B씨에게 삭흔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들어 자살이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죽어가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인공호흡과 병원행을 택했는데 그러지 않고, B씨를 차에 태워 교통사고를 내고 B씨를 실은 캐리어를 버리는 등 납득이 되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건 당일 일련의 과정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A씨가 아내 B씨를 격분해 질식해 목을 조르고, 승용차에 태워 옹벽에 충돌해 위장사고를 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B씨가 자살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참회와 반성이 어려워 보이고 사안의 중대성과 태도에 비춰 볼 때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 동생은 이날 사망한 누나의 사진을 들고 재판장에 들어섰다. 재판부는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선고공판이 시작되고, 재판부가 A씨의 혐의를 하나씩 말하자 동생은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 재판부가 A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한 뒤에도 동생은 바로 자리에 뜨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동생은 재판장에 나와 A씨가 탑승한 승합차 앞에 서서 "지금이라도 사과하라"고 외쳤다. 몇 분간 대치가 이어진 뒤 변호사가 동생을 말리면서 승합차는 정문을 빠져나갔다. 이후에도 동생은 눈물을 흘렸다.
이 사건의 피해자 측 법률대리를 담당한 빈센트 법률사무소 남언호 변호사는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A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해준 재판부께 감사드린다"며 "유가족은 처음부터 A씨에게 악감정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진실을 찾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어 "적어도 피해자가 왜 그렇게 의문스럽게 숨졌지는에 대해 설명이라도 듣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A씨는 처음부터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납득이 될 수 없는 변명들로 일관되게 진술해 왔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3월 8일 오전 4시 52분쯤 동해시 북평동의 한 도로에서 아내 B씨를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가 옹벽을 들이받는 등 위장 교통 사망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 시신에서는 심한 골절상이 확인됐지만 소량의 혈흔밖에 발견되지 않아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은 사고 전 A씨의 행적이 담긴 CCTV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A씨가 아내 B씨를 모포로 감싸 조수석에 태운 뒤 사고 장소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은 범죄 연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그 결과 국과수는 '경부압박'과 '다발성 손상'을 사인으로 지목했다. B씨의 시신에서 '목이 눌린' 흔적이 발견됐다.
수사를 확대한 군 검찰은 A씨에게 금융기관과 카드사 등 총 2억 9000만원에 이르는 채무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제때 상환하지 못해 지난해 12월까지 누적된 지연이자는 997만원에 달했다. 다른 채무와 관련해서도 A씨는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고 연체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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