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논란 '춘천 캠프페이지' 활용, 종지부 찍을까

국토부 도시재생 혁신지구 선정 놓고 또 다시 충돌
지역주민, 선정 찬성…시민사회단체, 재검토 요구

민선 8기 춘천시, 춘천캠프페이지 개발 구상안.(뉴스1 DB)

(춘천=뉴스1) 한귀섭 기자 = 20여년간 공회전을 거듭하며 공터로 남은 강원 춘천시 캠프페이지 활용 방안을 두고 춘천시·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가 충돌하며 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춘천시 등에 따르면 춘천 캠프페이지는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인 2023년 상반기 도시재생 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 후보지로 선정됐다. 도시재생 혁신지구는 대도시 및 지방 거점도시에 있는 대규모 유휴부지 등을 활용하는 사업이다.

이에 시는 해당 사업 최적지로 옛 캠프페이지를 선택했다. 옛 캠프페이지 부지는 춘천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 지리적 여건상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시는 기존대로 캠프페이지 내 공원 조성과 함께 춘천역 일대 역세권 개발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개발이 되면 낙후된 지역으로 분류된 근화동과 소양동, 명동 등 구도심까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개발 면적은 51만㎡ 규모이며, 녹지용지, 복합용지1·2, 공원용지, 공공용지, 주거용지 부지로 나눠 개발된다. 사업비는 2조원으로 추산된다. 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공동 출자해 사업시행자인 부동산투자회사(리츠)를 설립할 경우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총사업비의 70% 한도 내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해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원 춘천캠프페이지.(뉴스1 DB)

춘천캠프페이지는 수십년 전부터 개발을 둘러싸고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곳이다.

캠프페이지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3월 근화동에 들어섰다. 2005년 3월 미군이 철수하며 부대가 폐쇄됐고, 2007년 부지가 춘천시에 반환됐다.

2013년 6월 마침내 캠프페이지 부지는 시민에게 전면 개방됐다. 하지만 반환 전부터 지역사회에서 논의된 개발 방향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시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공원, 관광지, 행정타운, 첨단연구단지 조성 등으로 구체적인 개발 방향에 대한 의견이 갈렸다. 민선 7기 들어서면서 캠프페이지에 공원을 만들겠다는 밑그림을 그렸으나 문화재 발굴과 토양오염 등으로 멈춘 상황이다.

이후 민선 8기 새로운 시정이 들어선 춘천시는 기존대로 캠프페이지 내 공원 조성과 함께 숙박, 첨단산업 등 개발을 통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민선 7기 춘천시, 춘천캠프페이지 부지 시민 공원 마스터플랜 설계공모 당선작.(뉴스1 DB)

하지만 강원 춘천 시민사회단체는 이전 결정 과정을 백지화한 캠프페이지 도시재생 혁신지구 계획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강원평화경제연구소, 정의당춘천시위원회는 최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춘천시와 육동한 시장이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민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된 캠프페이지 시민복합공원 조성 계획을 아무런 근거 없이 내팽개쳤다”며 “이는 주민의견 수렴과정, 민주적 결정과정을 거친 계획을 백지화 하는 독선적인 행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육동한 시장과 춘천시는 캠프페이지의 특수성과 시민 대다수가 생각하는 활용방안을 감안해 독단적인 도시재생 혁신지구 계획을 즉각 중단해야한다”며 “충분한 시민여론 수렴 절차와 전임 시정의 정책의 연관성까지 감안해 계획을 재검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근화동 주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근화동 통장협의회는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춘천캠프페이지 도시재생 혁신지구 선정에 환영의 입장을 내놨다.

춘천캠프페이지 개발을 환영 입장을 밝히는 근화동 주민들.(뉴스1 DB)

이들은 “근화동은 미군기지가 주둔할 동안 소음 등피해를 고스란히 봤다”며 “2007년 미군기지가 반환된 이후 뚜렷한 방법이 제시되지 못했는데 정부의 혁신지구 선정은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주민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 찬물을 끼얹는 단체들의 행보에 근화동 주민은 서운함을 넘어 분노마저 느낀다”며 “캠프페이지 개발이 무산 될시(반대 단체들에)책임을 묻겠다”고 비판했다.

인근 소양동 주민들은 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달 4일 시청을 찾아 캠프페이지 개발 지지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최근 김진태 강원지사를 만나 캠프페이지 개발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시 관계자는 “춘천 캠프페이지 개발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지역과 협력하고,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