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산단 들어서고 대규모 항만개발"…관광도시 강릉이 변신한다

산단 들어설 남강릉, 고속도로·KTX 지나는 물류교통 '요충지'
정부 항만기본계획에 옥계항 국가항 승격 추진

강릉 천연물 바이오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 위치도.(강릉시 제공) 2023.3.15/뉴스1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동해안 대표 관광도시인 강릉이 최근 환동해권 대표 산업물류도시로의 변신을 선포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경포해변과 안목커피거리, 정동진 등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춘 국내 대표 관광도시지만, 늘어나는 해외여행 수요와 사상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관광'이라는 먹거리 하나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게 강릉시 판단이다.

이에 강릉은 적극적인 세일즈를 통해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하고, 대규모 항만개발을 추진함으로써 강릉을 동남권 대표 산업도시인 울산이나 포항같은 도시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마지막 '블루오션' 남강릉에 들어서는 국가산단

이처럼 강릉이 산업도시로 변신을 천명한 것은 15일 정부가 발표한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에 강릉이 포함되면서 빈말이 아니게 됐다.

정부는 이날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국가첨단산단 조성계획을 밝히고 전국 15개 첨단산단 후보지를 발표했다.

이중 강릉은 강원도내에서 유일하게 천연물 바이오 국가첨단산업단지 단독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산단 유치가 기정사실화 됐다.

'강릉첨단국가산단'은 남강릉 지역인 구정면 금광리 일대 93만㎡(약 28만평) 면적으로 조성된다.

남강릉 지역은 사실상 강릉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곳이다. 해당 지역은 동해고속도로 남강릉IC와 인접한 곳으로, KTX강릉선이 지나는 동해안 물류교통의 요충지다.

또 김홍규 강릉시장이 국가무역항으로 개발하겠다고 의지를 밝혀온 옥계항과도 인접해 있고 양양공항과도 멀지 않다.

시는 강릉국가산단을 정부의 바이오헬스산업과 산업통상자원부의 강원주력산업인 천연물 바이오·세라믹 산업 육성 계획과 부합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KIST 강릉분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관내 R&D 인프라를 활용하고, 첨단 바이오기술과 제조업 등을 융복합해 백두대간의 동식물, 광물 및 동해안 해양 천연물 연구를 바탕으로 의약품, 식품, 화장품 등을 생산하는 그린바이오 산업 거점으로 발전시킨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물류‧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탄소배출을 절감하고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친환경 스마트 그린 산단을 구축할 계획이다.

향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사업시행자와의 협의를 통해 세부 사업계획을 수립해 2026년 산업단지 지정을 목표로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국회, 국토연구원, LH 등 관련 기관을 방문해 강릉시 국가산단 지정의 타당성과 당위성을 설명해왔다”며 “최종 국가산단 지정 및 고시, 나아가 산단의 안정적 정착에 이르기까지 최선을 다해 강릉시 산업구조의 획기적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옥계항 방문한 김홍규 강릉시장.(뉴스1 DB)

◇"강릉을 울산·포항처럼"…옥계에 대규모 항만개발

강릉이 산업물류도시 변신을 위해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과 함께 주력한 것은 대규모 항만개발이다.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은 강릉에서 남쪽으로 국도 7호선을 타고 정동진을 지나면 나오는 인구 3000여명의 한적한 항구마을이다.

이 마을에 위치한 옥계항은 강릉지역 유일 무역항이다. 제조업이 빈약한 강릉에서 소금같은 시설인 한라시멘트 옥계공장에서 나오는 시멘트와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1997년 정식 개항했다.

582만7000여㎡ 면적의 옥계항 선박접안능력은 모두 5척으로, 14m 수심에 5만톤급 1척, 2만톤급 1척, 1만톤급 3척, 5000톤급 1척이다.

인근에는 48만㎡ 규모의 옥계산업단지와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옥계지구가 있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이 같은 옥계항을 국가무역항으로 승격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왔다.

이를 위해 옥계항을 인접 해안지인 금진리까지 확대해 선박접안능력을 10척 규모로 늘리고 부두 역시 5㎞ 안팎으로 늘리고 수심도 더 깊게 준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항구 증설에는 최근 산불로 훼손된 야산의 흙을 사용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항구가 증설돼 1000만㎡가 넘는 배후단지가 조성되면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유치가 활발해 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강릉 천연물 바이오 국가첨단산업단지 조감도.(강릉시 제공) 2023.3.15/뉴스1

실제 김홍규 강릉시장은 지난해 10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시장은 "예전 박태준씨는 허허벌판인 포항에 포항제철을 만들었다. 정주영씨는 대한민국 넓은 땅 중에 울산으로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공장을 세웠다"며 "그 이유는 바로 항만을 만들 수 있는 적지였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 결과 강릉과 별 차이 없던 포항과 울산은 우리나라 최고 임금수준을 자랑하는 경제도시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릉 옥계에 10만톤급 이상이 정박할 수 있는 10선석 이상의 항만이 생기고 산업단지가 만들어지면 어떤 특혜를 주지 않아도 서로 들어오려고 할 것"이라며 "항만이 들어서면 양질의 기업이 유치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증가, 지방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100만 도시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항만 뿐"이라고 강조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