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륜 오토바이 노부부 사망케 한 화물차주 항소심서 형량 높아져

1심 징역 1년4개월→2심 징역 2년6개월
2심 재판부 “모의주행 결과 오토바이 인식 가능, 사고 후 도주해 죄질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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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뉴스1) 이종재 기자 = 화물차를 몰다 사륜오토바이를 들이받은 사고를 일으키고 그대로 도주해 노부부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이영진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65)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징역 1년4개월)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7일 오후 7시40분쯤 자신의 화물차를 몰고 강원 정선군의 한 도로를 운행하던 중 B씨(78)가 몰던 사륜 오토바이의 우측 앞 부분을 들이받고 그대로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씨의 사륜 오토바이는 A씨의 차선으로 역주행 중이었으며, 이 사고로 사륜 오토바이를 몰던 B씨와 함께 타고 있던 B씨의 아내 C씨(80)가 숨졌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운전하던 화물차가 경운기와 충돌한 줄로 착각해 별거 아니라 그냥 우선 집에 왔다”며 당시 사고 사실에 대해서 인정했다.

이후 경찰에 긴급체포된 A씨는 도주치사‧사고후 미조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피고인이 주차된 경운기를 충격했다고 생각하고 별다른 조치없이 현장을 이탈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당시 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피고인이 적절한 구호조치없이 현장을 이탈했다고 하더라도 도주치사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춘천지법 전경./뉴스1

재판부는 교통사고 발생시점은 일몰 이후이고, 사고지점에는 가로등이 없었던 점, 피고인이 사고 이후 어떠한 머뭇거림이나 주저함도 없이 자신의 집까지 차량을 운행한 점 등을 이유로, 사고로 인해 사상자가 있었다고 인식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이에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치사) 혐의가 아닌 교통사고특례법위반(치사)죄를 적용,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A씨의 차량과 피해자들이 탑승한 사륜오토바이의 전조등이 모두 켜져 있었던 데다 당시 상황과 비슷한 조건으로 모의 주행을 한 결과 차량이 사륜오토바이를 인식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미필적으로나마 사고를 인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그대로 도주해 피해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해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다만 야간에 사륜오토바이를 역주행해 운전한 피해자들에게도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에 대한 과실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형을 정했다”고 도주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 형량을 징역 2년6개월로 높였다.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