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뷰] 농촌 곳곳에 스며든 태국 마약 ‘야바’…어디까지 번지나

필로폰보다 10배가량 저렴 공동투약, 외국인 노동자 중심 확산
내국인 확인사례 없지만 이미 퍼져…“유통망 차단‧단속협력 필요”

편집자주 ...기자(記者)는 말 그대로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기자란 업의 본질은 ‘대신 질문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뉴스1뷰’는 이슈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이 더 이상 남지 않도록 심층취재한 기사입니다. 기록을 넘어 진실을 볼 수 있는 시각(view)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박천정 관세청 국제조사과장(왼쪽)과 퐁텝 부아샙 태국 관세총국 부총국장이 지난 9월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노보텔엠버서더 강남 호텔에서 '한국-태국 마약밀수 합동단속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태국 관세총국과 '한국-태국 합동 마약밀수 단속 작전을 전개해 우리나라로 밀반입하려던 필로폰(메트암페타민) 약 22kg, 야바(YABA) 약 29만 정 등 불법 마약류 35건을 적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자료사진) /뉴스1

(강원=뉴스1) 이종재 기자 = 지난 11일 국내 농촌지역에서 태국산 신종 마약으로 불리는 ‘야바(YABA)’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유통한 태국 국적 마약사범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이들은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태국 등 해외에서 국내로 밀반입된 시가 5억원 상당 마약을 강원‧경기‧충북‧경북‧전남 등 전국 농촌지역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판매했다. 강원지역 판매책으로 활동한 한 태국인은 국내에서 노동일을 해오다 돈벌이가 적고 정상적인 취업이 되지 않자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마약류 구매자들은 태국 국적의 불법 체류자들이었고, 여럿이 돈을 모아 야바를 구입한 뒤 농촌지역 비닐하우스나 숙소 등에서 술을 마시며 공동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태국산 마약 ‘야바’란…저렴한 가격, 공동 투약 가능

태국어로 ‘미친 약’ 이란 뜻을 가진 야바는 필로폰 성분(30%)과 카페인 성분(60%)을 혼합한 합성마약이다. 투약하면 공격성이 커지고 정신 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일 동안 잠을 안 잘 정도로 각성효과와 환각성‧중독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알약 형태인 야바는 1정당 3만~5만원 정도로 국내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반 필로폰보다 가격이 10배가량 저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열을 가해 발생한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다.

필로폰 등 다른 마약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동 투약까지 가능하다보니 국내 농촌지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손을 대고 있다. 이들은 비닐하우스나 숙소 등에 모여 여럿이 마약류를 투약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압수한 태국산 마약 '야바'와 불법수익금.(강원경찰청 제공)/뉴스1

◇내국인 투약 사례 아직 없지만 토착화 ‘우려’

현재까지 내국인이 ‘야바’를 투약한 사례는 경찰에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단순 투약뿐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유통과 판매에도 지속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주민에게까지 확산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는 상황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 노동자 중 일부는 노동일을 해오다 돈벌이가 적고, 불법체류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취업이 어려워지자 마약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실장은 “국내에서 1정에 3만~5만원인 야바는, 태국 현지에서는 1000원 단위의 싼값에 매입할 수 있다”며 “노동일을 하기보다는 현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야바를 들여와 판매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마약범죄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산 신종 마약인 ‘야바’가 국내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이유다.

이들 외국인 마약 유통책들은 텔레그램 등을 통해 같은 국적의 사람들과 접촉해 마약을 싸게 사들인 뒤 한번에 200~300정의 야바를 1정당 3만~5만원에 농촌에서 노동일을 하는 같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팔아넘기고 있다. 마약 유통책 대부분이 신원 확인이 어려운 불법 체류자들이어서 경로파악도 쉽지 않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외국인 마약사범들이 사들여온 현지 마약들이 국내에서 토착화되기 전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 범죄는 또다른 범죄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마약과의 전쟁…수사 전담관 인력 증원은 ‘0명’

경찰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 올 연말까지 집중단속을 벌이며 마약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전담인력 증원은 요청된 인원만큼 지원되지 않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천준호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마약수사 관련 전담인력 배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은 내년도 마약수사 전담인력 증원을 요청했으나 정부 심사 과정에서 확정된 인원은 0명으로 파악됐다. 이로써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전담 인력은 한 명도 늘어나지 않게 됐다.

반면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마약사범은 8575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7562명)보다 13.4% 늘어났다. 같은기간 밀수‧밀매‧밀조 등 공급사범은 2437명으로 32.8% 증가했다.

마약 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마약 관련한 단속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확산 속도를 따라잡는데 애를 먹고 있다. 각 일선서에 배치된 마약전담요원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열린 국제공조를 통한 마약류 밀수단속 경과 브리핑에서 세관 관계자가 압수한 마약류를 공개하고 있다. 인천세관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과의 공조를 통해 지난 9월 케타민 7.3kg(시가 5억3천만 원 상당)과 대마초, 거통편, LSD 등을 미국에서 국내로 밀반입한 피의자 3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2022.10.1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야바’는 이미 전국에 확산…“유통망 사전 차단해야”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신종 마약이라 불리는 ‘야바’를 싼값에, 손쉽게 들여와 확산시켰고, 이미 강원‧경기‧충북‧경북‧전남 등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상태로 보고 있다. 이들은 지능적으로 변하는 마약범죄의 유통망을 사전에 차단하고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실장은 “외국인들은 현지에서 야바 등 마약을 구할 수 있는 루트를 잘 알고 있고, ‘한국에서 마약을 팔아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태국인들끼리 어울리며 마약을 사고팔고, 같이 투약까지 하게 된 것”이라며 “야바가 ‘신종 마약’으로 불리지만 이미 국내 곳곳에 대수롭지 않게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마약은,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번져 있는 상태다. 노출되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 값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야바’라는 마약이 내국인에게 퍼져나가는 건 시간문제”라며 “검거만 해서는 안되며, 각 기관이 검거‧근절‧치료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 범죄 전문가인 박진실 변호사(법무법인 진실)는 “점점 마약범죄가 지능적 조직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결국 경제적 이득과 수요자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면서 “수사 당국이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고 발본색원해 처벌이나 수익을 모두 환수해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 우리나라 출입 시 맞춤형 교육과 유통망 사전 차단 등을 통해 마약이 근절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