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대학생 딸 18년 째 찾는 父의 절규 "이윤희를 아시나요?"

[2024 전북 10대 뉴스] ②전북대 수의대생 실종사건 재소환

편집자주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탄핵 등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 전북에서는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고, 세계한인비지니스대회는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하반기에는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나서면서 전북자치도는 뜨거워지고 있다. 는 올 한 해 전북자치도를 달군 10대 뉴스를 선정해 3일에 걸쳐 나눠 싣는다.

2006년 6월 실종된 전북대 수의대생 이윤희 씨와 그의 부친 이동세 씨(87)가 최근 발간한 책 '이윤희를 아시나요?' 뉴스1 ⓒ News1 장수인 기자

(전주=뉴스1) 임충식 장수인 기자 = 올해 초 '전북대 수의대 이윤희 씨 실종사건'이 재소환됐다. 18년 전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한 아버지의 절규 때문이다. 어느덧 90세를 앞둔 노인이 된 아버지 이동세 씨(87)는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은 힘을 모두 쏟아내고 있다.

이윤희 씨는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 재학 시절인 지난 2006년 6월 5일, 전주시 덕진동의 한 음식점에서 종강모임을 가진 뒤 다음 날 오전 2시 30분께 자취방으로 귀가한 뒤 사라졌다. 그리고 18년이 지난 지금도 윤희 씨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생사조차 확인이 안 되고 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윤희 씨는 실종 당일 오전 2시 59분부터 1시간 정도 인터넷을 사용했다. 또 검색창에 '112'와 '성추행'이라는 단어를 3분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컴퓨터는 오전 4시 21분에 꺼졌다. 그게 이 씨의 마지막 행적이었다.

'전북대 수의대 여대생 실종사건'으로 불렸던 이 사건은 당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점점 사라졌다.

그러나 백발이 된 아버지의 외침으로 다시 소환됐다.

이 씨는 올해 초 전북대학교 교정과 전국 휴게소·지하철역에 '이윤희를 아시나요?'라고 적힌 스티커를 부착했다. 딸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 두려워서였다. 스티커에 있는 QR코드에는 실종 사건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담겨 있다.

지난 4월에는 아내 송화자 씨(84)와 함께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사 기록 재검토와 진실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7월에는 책도 발간했다. 제목은 '이윤희를 아시나요?'다. 책에는 딸을 찾기 위한 간절한 마음과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각오가 담겨있다. 실종됐을 당시 상황과 수사 내용도 자세하게 담았다. 특히 이 씨는 책을 통해 성인실종법 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 법을 '이윤희법'이라 부른다.

이동세 씨는 "딸을 찾기 위해 올해 책을 내게 됐다. 책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란 생각에서였다"며 "특히 책을 통해서 성인실종법, '이윤희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를 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실종의 경우는 법적으로 경찰의 수사가 바로 이뤄질 수 있지만 성인실종자는 휴대전화 위치 추적도 불가하다"며 "당시 윤희가 실종됐을 때도 성인실종자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렇게까지 긴 시간 사건에 매달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지금까지 사건만 생각하며 살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4년 8월 강원도 철원군 자택에서 이동세 씨가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과거에 썼던 글을 펼쳐보이고 있다 2024.10.8/뉴스1 장수인 기자

전북 군산이 고향인 이 씨는 졸업 후 동물병원을 운영하게 될 막내딸 윤희 씨를 위해 연고도 없는 강원도 철원에 3000여평에 달하는 땅을 구입했다. 그는 딸과 함께 펼쳐질 제2의 장밋빛 인생에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하지만 축사 준공을 앞둔 2006년 6월 8일 정오께 윤희 씨가 사라졌다는 전화를 받으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버렸다.

윤희 씨가 실종된 뒤 이 씨의 삶과 꿈, 그리고 시간, 모든 것이 멈췄다. 실제 이 씨가 살고 있는 철원 집 곳곳에는 여전히 윤희 씨의 흔적으로 남아있다.

윤희 씨가 초등학교 3학년일 때 찍었던 가족사진을 보던 이 씨는 "너무 예쁜 딸이었다. 6개월만 더 있었으면 대학을 졸업하고 원하던 수의사가 됐을 텐데,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윤희가 사라지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도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윤희에 대한 많은 추측들이 있지만 나는 반드시 어디선가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지금도 살아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는 윤희 씨에게도 한 마디 했다. 그는 "윤희야 지금 주위에서 누가 어떻게 조종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밝혀질 수밖에 없어. 죽기 전에 너를 보고 싶어 하는 부모들을 위해서라도 지금까지의 상황을 다 접고 사건이 해결되는 방향으로 노력해 줬으면 고맙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94ch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