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치 안해?…예산 삭감으로 본때 보여주지" 예산칼질 논란
박용근·장연국 전북도의원, 문화관광재단 예산 절반 가까이 삭감
팀장에서 팀원 된 직원은 장연국 의원 사촌…"분풀이 삭감" 비판
- 김동규 기자
(전북=뉴스1) 김동규 기자 = 전북자치도의회 문화안전소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문화관광재단의 내년도 예산을 대폭 삭감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인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을 제대로 심사하지도 않고 전액 삭감하는 등 문화관광재단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예산 삭감으로 드러냈다.
25일 전북자치도의회에 따르면 문화안전소방위원회는 지난 22일 문화관광재단 예산을 심사했다. 요구액이 210억7240만원이었으나 절반에 가까운 87억4780만원이 삭감됐다.
이 중에는 지역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지역문화예술특성화 지원 예산’ 31억 8200만원도 포함되어 있다. 이 예산은 전북지역 예술인들이나 예술단체의 창작 역량 강화와 성장 도모를 위한 예산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이 예산이 없으면 사실상 창작 활동이 어렵게 된다.
청년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예산인 '청년 문화예술 주문배달서비스 사업' 6000만원도 전액 삭감됐다.
의회에서 집행부에 관광 활성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이와 관련된 예산들 또한 전액 삭감됐다. 전북자치도 관광마케팅종합지원센터 운영 11억 2000만원, 관광객 유치 여행사 인센티브 지원 5억 원, 전담여행사 지정운영 1억 1000만 원 등이 대표적이다.
문화관광재단 예산 삭감을 주도한 의원은 박용근 의원과 장연국 의원이다.
앞서 박용근 의원은 긴급 현안질의와 행정사무감사에서 문화관광재단의 인사를 문제 삼았다.
문화관광재단은 올해 초 조직개편을 하면서 ‘자율 팀장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팀장이 본부장이 될 수 있고, 또 팀장이 팀원도 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박 의원은 본부장이 된 A 팀장과 팀장에서 팀원으로 배치된 B 씨의 인사를 문제 삼고 이를 개선하라는 요구를 했다.
하지만 문화관광재단은 인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박 의원과 갈등을 빚었다.
재단 노조는 박용근 의원이 과도한 자료와 불합리한 인사 조치를 요구한다며 1인 시위를 하는 등 반발했다.
문제는 팀장에서 팀원이 된 B 씨가 장연국 의원의 사촌 동생이라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동료 의원들도 이번 문화안전소방위원회의 문화관광재단 예산 삭감을 곱게 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예산 심의에 앞서 박용근 의원이 문화관광재단 직원들에게 “인사 조치를 하지 않으면 예산을 절반으로 삭감하겠다”고 으름장을 놔서다.
C 의원은 “장연국 의원의 예산 삭감은 사촌 동생에 대한 분풀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무리한 예산 삭감으로 본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문화관광재단 예산은 문화안전소방위원회 심의에서 대폭 삭감됐다.
이와 관련해 박용근 의원은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말은 사적인 발언이었다”며 “문제 삼은 예산은 예결위에서 살리면 된다”고 말했다.
장연국 의원은 “사촌 문제로 예산을 삭감한 것은 아니다”며 “문화관광재단에 문제가 있어서 삭감한 것뿐이다”고 해명했다.
kdg206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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