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코앞인데"…'소비한파'에 얼어붙은 전주 도깨비시장
새벽 시간 북적이던 시장, 갑작스러운 추위에 '한산'
- 신준수 기자
(전주=뉴스1) 신준수 기자 = "원래 이 시간이면 시장이 손님들로 꽉 차요.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어제부터 손님이 너무 없네요."
19일 오전 5시 30분께 찾은 전북 전주 도깨비시장에서 만난 김 모 씨(70대)가 한 말이다. 잔뜩 쌓인 배추와 무, 파 등 채소를 바라보던 김 씨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김장철이라 채소가 많이 팔릴 때인데 손님이 없어서 큰일이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전주 남부시장 건너편 천변에 위치한 도깨비시장은 매일 오전 4시부터 10시까지만 운영되는 새벽시장이다. 이른 아침 농민들이 직접 키운 채소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이날은 전날부터 찾아온 한파탓인지 시장은 썰렁했다. 물건을 정리하는 상인들의 움직임만 분주했다. 두꺼운 외투와 모자로 중무장한 상인들은 새벽 4시부터 식료품을 나열하고, 종이상자마다 '흙당근 3개 3000원', '토종생강 1㎏ 7000원' 등 가격표를 적으며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7시까지도 시장은 상인들의 한숨 소리만 곳곳에서 들렸다.
갑작스러운 한파에 시민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됐는지, 김장철을 앞두고 있음에도 시장은 조용하기만 했다.
채소를 팔던 상인 안 모 씨(70대)는 "원래는 새벽 4~5시에도 손님이 많은데, 날이 갑자기 추워진 어제부터 손님이 없다"며 "이제 김장철도 다가와서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이 일대가 가득 찰 만큼 사람이 많았다. 한파 때문에 어제오늘 사람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시장을 찾은 정 모 씨(60대)는 "원래 김장 전에는 무랑 배추를 사려고 도깨비시장을 꼭 찾는데,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평소보다 사람이 적은 느낌"이라며 "(나도) 밖에 나올 때 너무 추워서 가지 말까 고민할 정도였다. 매년 김장철이 이렇게 춥다면 다음부터는 김장철 채소를 인터넷으로 주문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날이 조금씩 밝아지자 시장을 찾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났지만, 예년보다 적은 손님에 상인들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도깨비시장 상인회장 강석원 씨(72)는 "평소에 비하면 시장에 찾은 시민들이 3분의 1밖에 안 된다"면서 "도깨비시장이 전주에서도 상권이 가장 좋은 편에 속하지만,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 손님이 너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는 오전 10시까지 시장 내 천막이랑 짐을 다 뺐는데, 추위를 고려해 겨울철 한정으로 12시까지 운영시간을 늘렸다"며 "아직 겨울이 시작도 안 했는데도 이 정도 추위면 다가올 겨울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sonmyj03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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