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년 간 주민과 함께 해온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 천연기념물 지정
주민들 사랑받은 노거수, 규모·모양·생육상태 모두 '우수'
팽팽문화제 조직위 "팽나무 보호·관리 주민의견 수렴해야"
- 김재수 기자
(군산=뉴스1) 김재수 기자 = 전북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에 자리한 '하제마을 팽나무'가 31일 국가지정 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과 군산시는 노거수인 '하제마을 팽나무'가 역사적 가치와 아름다운 모양, 마을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자연유산이라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난 8월 5일부터 9월 5일까지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30일간의 예고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한 후 지난달 25일 자연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으며, 31일 천연기념물 지정 기념식을 가졌다.
2020년 한국임업진흥원이 '하제마을 팽나무'의 수령을 조사한 결과 537년(±50)으로 크기는 높이 20m, 직경 2.098m, 반경 1,049m로 확인됐다.
임업 전문가들은 "다른 지역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팽나무에 비해 나무의 크기와 모양새가 더 좋고 기상목의 기능과 계선주(繫船柱)의 기능을 한 나무"라며 "생장추(나이테 측정기)로 수령을 확인한 결과 도내 팽나무 중 나이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런 뛰어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하제마을 팽나무는 2021년 6월에 먼저 전북특별자치도 기념물로 지정됐다.
팽나무가 자리한 군산 하제마을은 옥서면 선연리 남쪽 끝자락에 있는 마을로 1900년대 초부터 간척사업을 통해 섬에서 육지가 된 곳이다.
이 마을은 2000여명이 거주할 정도로 큰 마을을 이뤘지만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탄약고가 들어서고 계속되는 전투기 소음으로 시달렸다.
2002년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협정)에 의해 군산 미군기지 탄약고 주변 201.9만㎡가 안전지역권으로 설정되었고 국방부가 토지를 강제 매수에 나서면서 남아 있던 마을 주민 644세대가 떠나 현재는 팽나무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번 천연기념물 지정은 팽나무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준 시민과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이뤄진 결과"라며 "앞으로도 팽나무 등 자연유산의 보존과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팽나무를 지키기 위해 군산지역과 전국의 시민들이 모여 2020년 결성한 '팽팽문화제 조직위원회'는 천연기념물 지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조직위는 "국가유산청의 이번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은 군산시민들과 팽나무를 지키고 보존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행정에 반영된 결과"라며 "천연기념물 지정 과정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있어 온 만큼 앞으로도 하제마을 팽나무를 보호와 관리에도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군기지와 인접해 있는 지리적 특성을 감안할 때 천연기념물 하제마을 팽나무의 관리와 보존은 매우 중요하다"며 "하제마을 대다수의 토지가 국방부 소유인만큼 천연기념물 등재를 계기로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보존지역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js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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