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의료관광'…후발주자 한국, '불모지' 전북

[전북 의료관광의 현주소는 ①] 2028년 70조원 규모 성장 전망
작년 외국인 환자 60만5768명 중 80%가 수도권…전북은 단 0.9%

편집자주 ...의료서비스와 휴양·레저·문화 활동이 결합한 '의료관광'은 세계적으로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전북의 경우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뉴스1 전북본부는 전북 의료관광의 현재와 성장 가능성에 대해 3편으로 나눠 살펴봤다.

의료관광은 의료와 관광 서비스가 결합한 개념이다. 체류 기간이 일반 관광객에 비해 길고, 체류 비용 역시 많이 들어 세계적으로 국가 성장동력 산업으로 주목·육성하고 있다.(전북문화관광재단 제공)2024.10.29/뉴스1

(전주=뉴스1) 강교현 장수인 기자 = 의료관광은 의료와 관광 서비스가 결합한 개념이다. 체류 기간이 일반 관광객에 비해 길고, 체류 비용 역시 많이 들어 전 세계가 앞다퉈 국가 성장동력 산업으로 주목·육성 중이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가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20년 약 115억 6000만 달러(약 15조 원)였던 전 세계 의료관광 시장 규모는 연평균 21.1%씩 증가해 2028년에는 535억 1000만 달러(약 70조 원)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을 추진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특히 서구 유럽과 비교해 의료비용이 저렴하면서 풍부한 관광 인프라를 보유한 태국, 싱가포르, 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서 정부 주도로 의료관광 산업 육성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비교적 후발주자에 속한 대한민국도 의료관광 육성에 나선 상태다. 지난 2009년 5월 '의료법'을 개정한 뒤 의료관광을 국가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정책적 지원을 추진했다. 그 결과 초기 의료서비스 경쟁력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이전 급성장을 이뤘다.

실제 지난 2009년 6만 201명이었던 외국인 환자는 10년 뒤인 2019년 49만 7464명까지 많이 증가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11만 7069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는 시점인 2021년에는 14만 5842명, 2022년 24만 8110명, 2023년에는 60만 5768명까지 많이 증가했다.

의료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각 국가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얼마나 성공적으로 방역을 끌어냈는가가 의료관광 산업에서 국가의 평판을 좌우하고 있다"며 "앞서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코로나 방역은 의료, 웰니스 분야의 후광효과로 나타나고 있으며, 관광산업 전반에도 낙수효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2023년도 지역별 외국인환자 현황(전북문화관광재단 제공)2024.10.29/뉴스1

현재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웰니스·의료관광 융복합 클러스터' 구축을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외국인 환자 7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정부 기조에 맞춰 전북에서도 전주와 익산, 진안, 임실, 순창 등 5개 시·군을 중심으로 치유 관광지를 개발하는 등 핵심 거점 조성에 나서고 있다. 전북형 치유관광지 발굴은 민선 8기 공약사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의료시스템이나 인프라, 접근성 등을 이유로 외국인 환자 유치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 환자 60만 5768명 중 전북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5353명으로, 전체의 단 0.9% 수준에 불과했다. 의료관광 산업 분야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셈이다.

게다가 전북의 경우 문체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예산을 받아 진행하는 것 외에 도 차원에서 직접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 관계자는 "현재는 문체부가 추진하는 사업의 예산을 받아 문화관광재단 등 공기관에 대행을 맡겨 치유 관광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역 병원에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면 도에서는 문화관광재단에서 치유 관광지를 선정하고 이를 확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홍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의료·관광업계는 관련 제도 개선과 다양한 의료관광 서비스 상품 개발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광인 전주대 관광학과 교수는 "의료관광 산업 분야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전북에서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시책으로만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여타 광역·기초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것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며 "지역 병원의 장점을 홍보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별도의 예산이나 인력을 투입해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종원 효사랑병원메디컬그룹 센터장은 "전북은 의료관광 산업을 육성하려는 지역사회의 큰 노력이 있다. 하지만 인지도와 인프라, 투자 예산 등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의료관광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보건 부서와 문화관광 부서 등 관련 업무의 주무 부서가 달라 겪는 불편함도 있다. 이런 제도적·구조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종원 우석대학교 관광학과 교수는 "전북 의료관광 산업 육성에 있어서 현재 시점에 인프라가 부족하다 등에 대해 언급하기에는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며 "전북 상황에 맞는 의료관광 콘텐츠 발굴과 홍보 마케팅 활동, 지역 의료계와 지자체가 어느 정도 의지를 다지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지에 따라서 앞으로 전북 의료관광의 미래가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