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할머니가 알려줬지? 한국을 빛낸 위인에 들어갈 작가야"
한강 노벨 문학상 수상 열기 '전주독서대전'서도 뜨거워
전국 서점서 품절된, 한강 작품…"이번 계기로 문학의 저변 확대되길"
- 장수인 기자
(전주=뉴스1) 장수인 기자 = "한국을 빛낸 위인에 들어갈 유명한 작가야. 할머니가 알려준 한강 작가 기억하지? 한.강."
12일 오전 10시께 전북 전주시 덕진동의 전주종합경기장에서 만난 최 모 씨(67)가 다섯 살배기 손녀딸에게 주문을 외우듯 반복해 한 말이다.
책의 도시 전주를 대표하는 독서문화축제 '전주독서대전'이 전주종합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가운데 현장은 독서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특히 현장은 지난 10일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4)의 소식에 같이 기뻐하는 독자들로 북적였다.
손녀딸과 함께 전주독서대전을 찾은 최 씨 또한 그중 한 명이었다.
최 씨는 "10일 저녁부터인가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면서부터 며칠 내내 손녀딸한테 가르치고 있다"며 "한강 작가가 너무 대단하고, 같은 한국인으로서 너무 기쁜 소식이라 집에서도 한강 이야기만 하다가 전주독서대전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에 전국 서점 곳곳에서 그의 책이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젊은 층에서는 그의 책을 SNS에 인증하는 '텍스트힙(text+hip)'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열기는 전주독서대전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30곳의 북마켓 중 동네서점 등이 입점한 마켓에서 판매한 한강의 책들은 축제가 개막한 전날 이미 동나기도 했다.
동네책방 소소당 대표 김정숙 씨(50대)는 "그동안 서점에 한강 작가의 책이 10권 이상 있었는데, 너무 안 나가서 반품하려던 찰나 수상 소식을 들었다"며 "축제에 오면서 모두 가지고 왔는데 첫날인 어제 시집부터 소설책까지 10권 모두 다 판매되고 없다. 재주문했는데 23일쯤 배송될 것 같다"고 말했다.
청동북카페 대표 이현미 씨(50대 중반)는 "수상 발표가 이뤄진 10일 저녁에 서점에 있던 한강 작가의 '소년이온다', '채식주의자' 등등 모두 다 나갔다. 한강 작가의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며칠 흥분해서 밤잠을 설칠 정도"라며 "이번 독서대전에 가지고 올 한강 책이 없어서 지난 2022년도랑, 2023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을 가지고 와봤다. 한강 작가 덕분에 요즘 너무 즐겁다"고 강조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대한 열기는 전주독서대전에서 펼쳐진 북마켓 외에도 8명의 작가와 함께하는 강연 프로그램에서도 이어졌다.
전주시 관계자는 "강연에 나선 작가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하며 함께 기뻐하고 있다"이라며 "강연을 듣는 청중들도 나이대와 상관없이 공감하고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 발표가 올해 전주독서대전의 준비를 다 마친 뒤라 이번 축제에서 관련된 프로그램을 구성하진 못했지만, 독서를 좋아하는 분들이나 그렇지 않은 분들도 한강 작가 수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 책에 대한 관심을 갖고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이 모 씨(50대 초반)는 "최근 인쇄소 등등에서 불황을 겪으며 문을 닫는 일이 많은데, 한강 작가 책이 전국에 다 품절되면서 밤새도록 인쇄기 돌리는 게 진짜 오랜만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요즘 20~30대에서 텍스트힙이라는 문화가 유행하는데, 한강 작가의 수상을 계기로 문학의 저변이 확대돼서 많은 분이 한강 소설을 시작으로 다른 문학도 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7회째 개최된 전주독서대전은 13일까지 전주종합경기장 일원에서 개최된다.
soooin9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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