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 다 날렸는데 추석은 무슨"…전주 전세사기 피해 눈덩이
피해자 190명으로 늘어 대부분 20‧30대…피해액만 140여억원
경찰, 임대인 A 씨 포함 바지임대인 등 10여명 가까이 수사
- 장수인 기자
(전주=뉴스1) 장수인 기자 = "추석은 무슨 추석이에요. 전세자금 다 날리고, 자포자기하고 있는데."
전북자치도 전주시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날릴 위기에 놓인 피해자가 한 말이다. 이 피해자는 "경매에 들어간다고 해도 근저당이 많이 있어, 전세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전북 전주에서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했다. 수십여채에 달하는 다가구주택과 연립주택을 갭투자 방식으로 소유한 한 40대 임대인 A 씨가 임차인에게 전세자금을 돌려주지 않으면서다. 피해자만 190여명이며 드러난 피해액만 14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현재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며, A 씨를 포함한 바지임대인 등 가해자들을 쫓고 있다.
17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현재 전주에서 대규모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사기 등)로 A 씨 등 일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A 씨에 대한 고발장은 지난 5월부터 제출됐다. 전주완산경찰서에 첫 번째로 제출된 고발장에는 A 씨가 소유한 다가구주택이 지난 2월 경매로 넘어가면서 임차인 B 씨가 보증금 8500만 원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다가구주택은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어 임대차보증금을 정상적으로 반환할 능력이 없는 일명 '깡통주택'으로 전해졌다.
또 A 씨가 39채의 연립주택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되며,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불어났다.
A 씨는 전세자금을 돌려달라는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겠다. 곧 대출이 나온다"는 식으로 말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피해자들에 대한 경찰 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A 씨는 지난 8월 피해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욕설을 퍼부으며 "돈을 못 준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A 씨가 바지임대인들과 함께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원룸 등 19채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며, 지난달부터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박호전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은 "신속히 수사하겠다"며 "서민에게 고통을 주는, 이른바 무자본·갭투자 전세 사기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피해회복이다. 실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진다고 해도 피해자들이 전세금을 받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피해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A 씨가 처벌을 받고, 우리가 민사에서 이겨도 피해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절망적인 마음이 크다"며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배당 요구를 해서 돈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아마 근저당권이 많이 잡혀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당 요구를 안 하면 살고 있던 곳에서 계속 지낼 수는 있겠지만 나중에 전기나 수도가 끊기면 생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되는 것 같은데 꼭 바지임대인과 공인중개사에 대해서도 꼼꼼히 들여다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22년 7월 25일부터 전세사기 특별단속에 나선 전북경찰은 총 41건의 전세사기를 벌인 60명(구속 5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soooin9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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