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왜 불이 꺼져있어요?"…집단휴진 첫날 환자들 '불안불안'

문닫은 동네 병원에 시민들 불편…상급종합병원은 큰 혼선 없어
전북서 개원의·의대생 학부모 2000여명은 상경, 총궐기대회 참석

의료계 집단 휴진이 시작된 18일 전북자치도 전주시 한 소아과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6.18/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주=뉴스1) 강교현 장수인 기자 = “왜 불이 다 꺼져있어요? 큰일 났네. 여기가 일찍 열어서 왔는데.”

대한의사협회가 주도하는 의료계 총파업이 시작된 18일 오전 8시께 찾은 전북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소아청소년과.

8살 아들이 감기 기운을 보여 등교 전 병원을 찾은 진 모 씨(48)는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병원 건물 엘리베이터에 내걸린 ‘6월 18일 병원 사정에 의해 금일 휴진입니다’ 안내 표시 때문이다.

진 씨는 “큰일 났다”며 “아이가 밤부터 감기 기운이 심해 학교 보내기 전에 온 건데, 왜 문이 닫힌 거냐?”고 반문했다.

의료계 집단휴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진 씨는 “환자들은 무슨 잘못이냐?”며 “의대 증원을 놓고 너무 긴 시간 무고한 시민들한테까지도 피해를 주면서 갈등을 보이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빨리 좀 끝났으면 좋겠다”고 답답해했다.

8만 명 넘는 전북지역 주부들이 가입한 맘카페 등에서도 휴진에 참여하는 지역 의료기관을 공유하며 의료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오가기도 했다.

‘오늘 소아청소년과 다 휴진일까요?’라며 글을 남긴 한 주부는 “너무 불안하다”며 “정말 다 휴진하는 건가요. 아이들, 아픈 사람은 건드리면 안 되는데 아프면 어떻게 하라는 얘기인가요?”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반면 상급종합병원은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비슷한 시각, 전북대병원 본관 채혈실 앞. 안내 스크린에는 '접수 인원 68명, 대기인원 12명'이라는 알림 글이 눈에 들어왔다. 대기 의자에는 채혈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 20~30명이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의료진이 호명하자 채혈실로 들어갔다.

채혈 검사를 마치고 나온 한 모 씨(39·여)는 "오늘부터 집단 휴진이 예정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병원이 정상 진료를 하고 있어서 다행"이라며 "큰 혼란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의협 차원의 총궐기대회가 예정됐지만 전북대병원은 정상 진료를 했다. 하지만 집단 휴진 등 파업 상황을 크게 걱정하는 시민들의 우려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80대 부친을 모시고 병원을 찾은 최 모 씨(46)는 "최근 가슴 통증을 호소하신 아버지를 모시고 동네 병원을 방문했었는데 큰 병원을 추천해서 전북대병원으로 왔다. 파업으로 인해 진료에 차질이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이라면서도 "평소 아버지가 당뇨병도 있어서 조금만 아프셔도 불안불안하다. 혹시나 파업이 확대되면 이제 어디 가서 진료받아야 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환자 A 씨(50대)는 "원래라면 다음 주 팔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다. 아직은 수술 날짜가 변동되지는 않았다"면서도 "혹시라도 수술 날짜를 다시 잡아야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불안한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전북대학교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 접수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 News1 유경석 기자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의료계 총궐기대회는 이날 오후 2시 30분에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진행된다. 전북에서는 의사회 소속 회원과 의대생, 전공의, 학부모 등 2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원광대학교병원 소속 교수들은 최근 진행된 집단휴진 관련 설문조사에서 105명 중 94.3%(99명)가 집단 휴진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원광대병원은 4~5개 과를 제외하고, 모든 과에서 진료 및 수술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대병원의 경우 소속 교수 250명 중 200여 명이 찬반투표를 진행해 그중 70%인 150~160여 명이 '휴진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광대병원 관계자는 “일부 교수님들이 환자들과 사전에 일정 조율을 하고 휴가를 쓴 상황”이라며 “소수 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진료과가 외래진료‧응급 수술 등을 공백없이 진행하니 환자들께서는 편히 병원에 방문해달라”고 말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