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실종'에 전북 병원도 수백억 적자…마이너스 통장 '만지작'
원광대, 신규 간호사 채용 일정 등 미루기도
- 임충식 기자, 강교현 기자, 장수인 기자
(전북=뉴스1) 임충식 강교현 장수인 기자 =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공백이 길어지면서 전북지역 상급종합병원들의 경연난도 심각해지고 있다. 전북대병원은 수백억 원의 누적 적자에 결국 마이너스 통장 사용 검토에 들어갔다. 앞서 비상경영 위기를 공식화한 원광대병원의 경우에도 계속되는 적자에 신규인력 채용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3일 전북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전북대병원은 앞서 개설한 마이너스 통장의 사용을 검토 중이다. 계속되는 적자로 급여와 용역비 등 지출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예비비는 이미 모두 소진한 상태다.
현재 전북대는 병원 8층과 7층, 5층 등 병동 3곳을 폐쇄한 상황이다. 전공의 이탈로 진료와 수술이 감소하면서 병원 환자 수가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수술실 가동률 역시 30~50%로 떨어진 상태다.
수술과 입원환자 감소는 고스란히 적자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발생한 누적적자액만 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경영난을 타개할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전공들의 의료 현장 복귀 조짐도 없는 만큼, 이 같은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대병원 관계자는 “현재로서 병원이 어떤 대책을 마련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각 부서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복귀하는 것이 병원이 정상화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원광대병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앞서 원광대병원은 지난달 초 병원의 비상경영 위기 상황을 공식화한 바 있다. 당시 서일영 원광대병원장은 ‘교직원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충격적 경영난 심화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누적 적자가 200억 원 이상으로 병원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원광대병원의 수술실 가동률은 60%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그동안 폐쇄돼왔던 4개 병동 중 1개 병동은 최근 다시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다소 상황이 개선되면서 마이너스 통장 사용까지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원광대병원은 현재 정기적으로 실시돼왔던 신규 간호사 등의 채용 일정을 잠정 연기한 상황이다. 환자 수가 감소하면서 현재 간호인력으로도 충분한 대응이 가능하면서다.
원광대병원 한 관계자는 “마이너스 통장은 아직까진 검토되지 않는 것 같다”며 “지난달 초 만해도 병원 경영이 어렵다고 하니까 불안한 모습이긴 했는데, 이런 상황도 익숙해지는지 다들 그러려니 생각하는 것 같다. 전공의들이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은 모두가 같다”고 말했다.
전북대병원의 경우 올 3월 신규 임용한 인원을 포함한 전공의 수는 총 206명(인턴 52명·레지던트 154명)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대다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업무를 중단한 상황이다. 원광대병원은 전공의 126명 중 90여 명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의대증원이 확정됐지만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수련병원들의 비상경영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달부터 건강보험 급여비를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건강보험 급여비 선지급 결정으로 누적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병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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