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식당 밥먹고 장염" 9천만원 뜯은 '장염맨' 구속(종합)

동종범죄로 지난해 출소 후 두달만에 범행…전국 맛집 3천곳에 전화
피해 자영업자만 418명…범행 위해 전화번호 29번 바꾸기도

17일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 심남진 2팀장이 일명 '장염맨' 사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전북=뉴스1) 장수인 기자 = 전국 각지의 음식점에 ‘식사 후 장염이 걸렸다’는 협박 전화를 걸어 수천만원 상당의 돈을 뜯은 3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만 400명이 넘는다.

17일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상습사기 혐의로 A 씨(39)를 구속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6월 12일부터 지난달 3월 21일까지 약 10개월간 전국에 있는 음식점을 대상으로 총 418차례에 걸쳐 9000만 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 씨의 범행으로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17개 시‧도에 피해자가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 지난 12일 부산의 한 모텔에서 A 씨를 체포했다.

A 씨가 전화를 건 음식점은 30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휴대전화로 검색된 지역별 맛집을 확인하고 “일행과 식사했는데 장염에 걸렸다. 보상해주지 않으면 영업정지 시키겠다”고 협박해 돈을 편취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A 씨가 전화를 건 음식점은 하루 평균 10~20곳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화를 받은 자영업자들은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최소 10만 원부터 200만 원 이상까지 A 씨의 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북지역에서도 20명의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경찰청이 전국 각지의 음식점 수천곳에 ‘식사 후 장염이 걸렸다’며 협박 전화를 걸어 수천만원 상당의 돈을 뜯은 30대 남성을 붙잡아 구속했다. ⓒ News1 장수인 기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일명 ‘장염맨’이라고 불렸던 그는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힘든 시기를 겪었던 지난 2020년쯤에도 동종범죄를 저질렀던 것으로 확인됐고, 출소한 지 두달만에 다시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도 치밀하게 준비했다.

A 씨는 지난해 4월 출소 이후 올해 3월까지 29번에 걸쳐 전화번호를 교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야간에는 휴대전화를 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출소 후에 열심히 살려고 했는데 휴대전화를 개통하면서 사기를 당해 채무를 갚으려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범죄 수익금은 생활비와 인터넷 도박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현재 A 씨가 범행에 이용한 계좌를 들여다보는 등 여죄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심남진 전북청 형사기동대 2팀장은 “장염맨과 같은 범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사한 날짜와 시간, 영수증 등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하고, 음식점 CCTV 등 자료를 통해 음식을 취식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조사를 마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oooin9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