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대 교수의 호소 “의대 증원, 지방사립대 더 힘들게 할 것”
원광대 의대 교수, 교육 파행에 대한 우려 제기
- 장수인 기자
(전북=뉴스1) 장수인 기자 = “지방사립대일수록 의대 증원으로 인한 피해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교육 파행’으로 번질 게 불 보듯 뻔합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 25일 전북자치도 원광대학교 의대 교수가 한 말이다.
A 교수는 이날 뉴스1에 “원광대학교 의대의 경우 정부 발표처럼 내년 57명의 증원이 실현될 경우 강의를 할 공간도 없을뿐더러 교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해질 것이다. 교육파행은 불가피해진다”고 강조했다.
A 교수는 교수 충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배정 결과’에 따라 원광대는 당장 내년부터 57명 증원된 150명의 입학생들을 받아야 하지만 이들을 가르칠 교수가 없다는 것이 A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교수 충원이 가장 큰 문제다. 의대 증원으로 인해 1인당 학생 수가 증가하면 임상교수들은 집단 사직이 아니더라도 순차적으로 나가려 할 것이다”면서 “일단 의학 박사는 구할 수 있겠지만 MD 출신 기초의학 교수는 아예 구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전국 국립대나 수도권 사립대에서 교수 충원을 할 경우, 지방사립대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원광대 역시 그 피해를 볼 것이다”면서 “이럴 경우 원광대는 교수 충원에 나서더라도 지원자가 전무해 안정적인 학사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고 답답해했다.
재정적인 문제점도 제기했다.
A 교수는 “이주호 부총리가 최근 의대 증원과 관련해 3년간 충분한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는 국립대에 한정된 것으로 안다”며 “사립대는 융자해주겠다는 정도가 전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 교수는 “정부 지원을 받는 국립대와 달리 사립대는 자체 자금 및 능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예산 지원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면 의대에 대한 등록금 동결을 풀고 현실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또 다른 문제로 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재 의대생 100명 정도가 실기 의사 시험이나 모의평가를 볼 때 드는 비용이 1회에 2000만 원 상당”이라며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추가 시험이나 평가를 원하고, 병원 내 학생 교육 공간 및 컴퓨터, 실습 기자재도 반드시 충원돼야 하지만 이런 부분을 대학이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A 교수는 “의대 증원 시 딸려 오는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지방사립대의 교육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국민들의 의료 질을 높이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호도하지만, 이는 결국 의대에 지원 가능한 잠재적 지원자들에게 문을 넓혀주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 정부는 불가능한 상황을 억지로 밀어붙이지 말고, 지금이라도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2000명 의대 증원 반영 시 교수당 학생 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원광대가 4.9명, 전북대가 6.9명이다. 이는 올해(원광대 3명, 전북대 4.9명)보다 각각 1.9명, 2명씩 늘어나는 셈이다.
기초 교수, 임상교수별 1인당 학생 수도 원광대가 32.1명과 6명, 전북대가 41.4명과 8.6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현재보다 원광대는 12.2명, 2.3명이, 전북대는 12명, 2.5명이 각각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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