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유망주에서 연쇄살인마로… 나흘 간격 '여성 2명' 살해한 최신종
[사건의재구성]전북 첫 신상공개… 강도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
- 강교현 기자
(전북=뉴스1) 강교현 기자 = "자유를 빼앗는 종신형을 선고한다. 평생 참회하고 반성하길 바란다."
재판부의 무기징역 선고에도 최신종은 덤덤했다. 최신종은 재판부가 판결문을 읽는 긴 시간 동안 고개를 들고 정면을 응시했다.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선고 후 방청석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지만, 그에게서 죄책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신종은 여성 2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다. 흉악 범죄자에 대한 신상 공개제도가 시행된 지난 2010년 이래 전북에서 그 신상이 공개된 처음이자 유일무이한 인물이기도 하다.
최신종 사건은 2020년 4월 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신종은 그해 4월 14일 오후 10시 45분쯤 전북 혁신도시 한 공터로 A 씨(당시 34·여)를 불러냈다. A 씨는 최 씨 아내의 선배로서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최 씨는 A 씨에게 "도박 빚이 8000만원 있는데 좀 갚아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A 씨는 최신종의 무리한 부탁을 거절했다.
이 과정에서 말다툼도 벌어졌다. "도박하지 마라"는 훈계에 최신종은 A 씨를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했다. 또 금팔찌 1개(82만원 상당)와 48만 원을 빼앗기도 했다. 범행 후 최 씨는 전북 임실군 관촌면 방수리 천변 풀숲에 A 씨 시신을 유기했다.
최신종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신종은 첫 범행 후 5일이 지난 뒤 두 번째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그해 4월 19일 오전 1시쯤 전북 전주시 대성동의 한 주유소에서 B 씨(당시 29·여)를 목 졸라 살해했다. B 씨는 모바일채팅앱을 통해 만난 부산 여성이었다.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다. 살려달라"는 피해자의 외침도 소용이 없었다. 최신종은 B 씨를 살해하고 돈을 빼앗았다. 그리고 B 씨 시신도 완주군 상관면의 한 과수원에 유기했다.
이들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최신종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해 수사에 나섰다. 그리고 결국 자백을 받아냈다. 그리고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그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최신종의 과거 이력도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최신종은 초등학교에 다니던 2002년 소년체전 씨름 경장급(40㎏ 이하)과 전국 씨름대회 소장급(45㎏ 이하), 청장급(50㎏ 이하) 등 3체급을 석권했다. 단체전에서도 활약해 소속 학교에 우승을 안기기도 했다. 그는 그해 전북 체육상을 수상했고, 이듬해엔 대한체육회 최우수 선수상을 받는 등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그러나 중학교에 진학한 뒤 성장이 멈추면서 최신종은 체격조건에서 다른 선수들에 밀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종잡을 수 없었던 난폭한 성격도 운동을 그만두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렇게 최신종은 씨름계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운동능력은 범죄에 악용됐다.
법정에 선 최신종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기에 바빴다. 여성과의 성관계까지 세세히 묘사하는 등 사망한 피해자를 욕되게 하면서 자신은 혐의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자신이 불리한 진술을 하게 될 때면 "약을 먹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최신종의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첫 살인을 한 뒤 죄의식 없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만나 또다시 살해하고 시신을 은폐했다.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없고 무자비했다"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피해자 유족들로부터 용서받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자유를 빼앗는 종신형을 내려 참회와 반성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며 최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최신종은 "강도와 강간을 하지 않았다"며 사실오인과 양형부당 등의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도 항소했다. 검찰은 앞서 결심공판에서 최신종에게 사형을 구형했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원심이 명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0년, 신상정보 10년간 공개,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유지됐다.
최신종은 대법원에 상고까지 했다. 그러나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면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kyohyun2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