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향토사학계 큰 별' 이기화 전 고창문화원장 별세

고창고인돌, 전봉준장군 태생지 등 귀중한 향토사 발굴

이기화 전 고창문화원장

(전북=뉴스1) 박제철 기자 = 고창 향토역사학의 큰 별 이기화 전 고창문화원장이 28일 향년 86세로 별세했다.

생전 수많은 향토 사료를 발굴하면서 고창 향토사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이 전 문화원장은 △고창 고인돌 △전봉준 장군 고창 태생 △고창오거리당산제 보존행사 등 세계적인 굵직한 유무형의 향토문화를 직접 발로 뛰며 귀중한 자료들을 발굴해 냈다.

특히 제8회 녹두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고인은 ‘전봉준 장군 고창 태생설에 관한 규명’과 ‘전봉준의 가계와 태생설에 대한 재조명’이라는 두 편의 논문을 발표, 동학연구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1차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점이자 전국적인 도화선이 된 ‘제1차 무장기포’를 학계에 가장 먼저 규명하고 발표함으로써, 고창지역의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연구와 다양한 활동을 선도하고 주도해 왔다.

고인은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뚜렷한 역사적 고증이 없던 시기에 고창 촌로들의 생생한 증언과 천안 전씨 족보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20여년간 연구를 거듭한 끝에 고창지역의 동학농민혁명사를 총정리해 동학사의 큰 족적을 남겼다.

또 고창의 대표 전통행사로 자리잡은 고창오거리당산제를 보존하기 위한 시연단을 구성해 제47회 전국민속예술축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거리당산제는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정책으로 명맥이 끊길 위기도 있었지만 이기화 전 원장을 비롯한 고창사람들이 고창오거리당산제보존회를 구성, 전통을 계승 보존하면서 현재까지 그 맥(전라북도 무형문화제 제37호)을 이어가고 있다.

제17회 고창문학상 시상식(뉴스1DB)

그는 40여년간 고창문화원장으로 재임하면서 고창문화의 맥을 지켜냈다. 지난 1998년 문학 21로 수필과 시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고창의맥'을 출판하면서 제17회 고창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말년에는 풍으로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고창향토사 자료정리를 위한 작업에만 몰두하며 고창문화와 역사에 대한 마지막 열정을 쏟아부었다.

고인은 평소 "내가 죽기전에 이 방대한 향토사의 자료들을 정리하고 이어갈 사람(후계자)이 없어 너무 안타깝다"며 무척 아쉬워 했다.

고인은 1963년 고창문화원장 취임 이후 한국상록회 부회장, 전북 문화재전문위원, 전북문화원연합회 부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전북지회장을 역임했으며 대통령표창, 국민훈장 목련장, 고창군민의 장, 전국향토문화공모전 개인대상 공로상 등을 수상하며 향토사학계의 거목으로 자리잡았다.

jc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