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생발전 이끄는 전북대, '글로컬대학30' 선정은 그 첫 단계

새만금 활용해 대학-산업 도시 만들고, 폐교 지역 재생 활용
학제 간 벽 허물어 학생중심 교육 실현, 유학생 5천명 유치

양오봉 전북대총장과 김관영 전북도지사, 전북대 학생들이 글로컬대학30 선정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전북대 제공)/뉴스1

(전북=뉴스1) 임충식 기자 = 지난 22일 의미 있는 움직임이 있었다. 전북대를 포함한 도내 10개 대학이 벽을 허물고 지역사회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당시 참석한 대학들은 전북대가 글로컬대학30 본 지정 대학에 선정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고 전북대는 지역 대학들과 상생발전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계획은 이미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전북대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통해 자체 보유하고 있는 교육과 연구, 시설 등의 우수 인프라를 전북지역 대학들에게 전면 개방할 예정이다, 글로컬대학30 사업 본 지정 시 지원되는 예산도 지역 대학 간 공유 인프라 구축이나 교육 콘텐츠 개발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새만금거점 대학-산업 도시 구축 계획과 관련해서도 전북지역 대학들과 공동 운영하는 방안도 기획하고 있다.

이 같은 상생 계획은 글로컬대학30 본 지정 성공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전북대가 모든 역량을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북대 양오봉 총장은 “우리는 지역소멸이라는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학과 지역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면서 “지역 유일의 거점국립대학으로서 우리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교육과 연구 역량을 아낌없이 지역 대학들과 공유, 함께 상생발전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새만금을 지역 상생발전의 자원으로…글로컬대학30 사업의 핵심은 '상생'

전북대가 추진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의 핵심에는 ‘지역과의 상생 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전북대의 캐치프레이즈인 ‘플래그십 대학’과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이 같은 지역 상생 계획의 시작은 전북의 미래라 불리는 ‘새만금’과 함께한다. 새만금을 방위산업과 에너지 등의 첨단 전략산업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단 전라북도의 계획과도 그 궤를 같이 한다.

전북대는 새만금 지역에 ‘새만금거점 대학-산업 도시’를 구축해 전북지역 대학들과 공동 운영할 계획이다. 이미 K-방위산업 클러스터와 관련해 새만금에 입주 예정인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다산기공 등과 협력벨트를 구축한 상태다. 2차 전지 특화지구와 관련해서도 LG화학과 SK온, 천보, 성일하이텍 등과 새만금 입주 기업의 특화인력 양성과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또 센서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서도 전라북도 반도체 팹(FAB)을 유치해 OCI와 피앤엘세미, 동우화인캠, 오디텍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2차전지 산업인재 양성을 위해 내년부터 ‘배터리융합공학 전공’을 신설키로 했고, 한화시스템과의 협력을 통해 ‘방위산업융합전공’도 신설, K-방위산업 인재양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15일 전북대 진수당에서 ‘2차전지산업 인재육성을 위한 산·학·관 상호 업무협약식’이 개최됐다.(전북대 제공)2023.9.15/뉴스1

◇새만금거점 대학-산업 도시(JUIC) 구체화…지역대학들과 공동운영

전북대는 최근 새만금거점 대학-산업 도시(JUIC, Jeonbuk Universities-Industry City at Saemangeum) 조성 계획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5일 2차전지 분야를 선도할 첨단산업 인재양성을 위해 전북도, 2차전지 기업 20개 등과 MOU를 체결했다. 협약 주체들은 전북대에 2차전지 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학과 설립 추진에 협력하고, 연구개발과 인력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정보 교류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또 지난 19일에는 새만금개발청(청장 김경안), 전북도와 3자 간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전북대는 2차전지와 반도체, 방위산업 등 지역 첨단전략산업과 연계한 인력 및 교육과정 개발에 나선다. 전북도는 새만금에 2차전지지 특화단지와 반도체, 방위산업클러스터 및 글로벌 푸드허브를 구축하고 새만금개발청은 JUIC 구축을 위한 각종 행정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전북대는 지역 대학들과의 상생을 위해 JUIC를 대학들과 공동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지역의 폐교 대학을 지역재생의 모델로

지역 상생 방안 중 하나인 ‘폐교 지방대학을 활용한 지역재생 모델’도 눈길을 끌고 있다. 전북대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안한 아이디어로, 큰 주목을 받았었다. 해당 지자체 역시 반색하며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남원시와 MOU를 체결했고, 최근 8월 실시 협약을 통해 구체적 실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원시 역시 폐교된 서남대 캠퍼스 부지를 확보해 전북대가 활용할 수 있도록 조례 제정 등의 제도적 기반 마련과 재원 지원도 약속했다.

이를 통해 전북대는 이 캠퍼스에 ‘전북대 K-컬처 학부’를 설립해 지역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특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수요자 맞춤형 한국어학당과 단기 방문 외국인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남원의 특화산업인 판소리나 코스메틱, 전통목기, 드론 등과 관련한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터 공간으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전북대 양오봉 총장/뉴스1

◇ ‘글로벌 허브’대학 만들어 유학생 5천명 유치

지역 상생을 위한 전북대의 큰 그림에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통한 ‘글로벌 허브’ 대학을 만들겠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해 외국인 유학생 5천명 유치하고, 이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단 것이다. 이를 위해 전북대는 온라인 국제캠퍼스에서 1년, 전북대에 3년을 수학하는 온라인 투 오프라인 국제캠퍼스’ 구축을 추진하고, 해외 주요 대학과 공동 운영하는 국제캠퍼스 구축도 추진 중이다.

또 아시아대학교육연합체(AUEA)를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의 대학까지 확장하고, 인도네시아와 모로코 등에 한국학 교육 및 연구센터도 설립하기로 했다. 또한 유학생 인턴제 도입과 국제학교 설립, 유학생 가족을 위한 기숙사 건립도 검토 중이다.

글로벌 허브 대학으로의 대전환을 위해서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과 뉴질랜드, 아시아의 주요 대학과 주요 기관들과 협력을 이끌어 냈고, 국제기구들과의 연계를 통해 지역 인재의 글로벌 취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10여 곳의 주한 대사관을 돌며 글로컬대학30 사업 유치를 위한 긴밀한 공조 체계도 확립했다.

◇글로컬대학30의 중심은 ‘학생’…마음껏 원하는 공부할 수 있게

무엇보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의 기본은 ‘학생’이다. 양오봉 총장은 지난 6월 글로컬대학30 사업 예비지정 대학에 선정된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학생이 오고 싶고, 다니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대학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전북대는 현재 105개 학과의 모집단위를 광역화해 60개로 줄이고, 종국엔 전공 구분 없니 무전공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전학·전과 확대와 다중 전공 신청자격 기준도 폐지할 방침이다. 또한 지역 맞춤 모듈형 학사구조로의 변화를 통해 첨단배터리융합공학과나 K-방위산업학과, 그리고 기초 지자체와의 계약학과 등을 통해 지역 맞춤형 교육도 실현할 계획이다.

양오봉 총장은 “글로컬대학30 사업을 반드시 유치해야 하는 이유는 이 사업이 전북지역 대학의 미래를 위한 전제조건이며, 전라북도와의 상생 발전을 위한 필수 요건이기 때문”이라며 “과감하되 담대한 혁신으로 미국 UC버클리와 같은 세계적인 플래그십대학으로 도약해 ‘침체’ 전북을 ‘희망’ 전북으로 만들자”고 말했다.

94ch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