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채용비리' 직원이 임원에 보낸 문자…"국토부 직원 권한 막강"
"회사에 도움될 거라고 생각해 국토부 직원 딸 추천"
법정서 진술 바뀌자…재판장 "제일 적극적으로 문자보내"
- 김혜지 기자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청주공군 기지에 있는) 17전투비행단 슬롯(항공기가 특정 공항에 이착륙 할 수 있도록 배정받은 시간) 허가권을 쥐고 있고 실질적으로 청주 노선 운항 허가를 내주는 권한이 막강한 임원입니다."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재판에서 국토교통부 직원의 딸이 아버지 영향력 때문에 합격한 것으로 짐작할 만한 내부 직원 문자가 공개됐다.
24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전 국회의원 등에 대한 속행 공판이 전주지법 형사4단독(부장판사 김미경) 심리로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중국노선팀에 근무한 직원 A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A씨는 국토부 산하 청주공항출장소 항공정보실장 B씨 딸의 채용을 인사팀과 임원에 부탁한 인물이다.
검찰은 A씨에게 "상무에게 'B씨 딸이 운송본부에 지원했다. B씨가 권한이 막강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무슨 의미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A씨는 "당시 이스타항공 청주지점장이 부탁을 해 주말에 어렵게 상무님에게 연락을 드렸다"며 "상무님이 항공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몰라 이해시키는 차원에서 쓴 내용"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B씨가 실제 그런 권한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문자 내용을 사실상 부인했다.
이에 검찰이 "그럼 상무에게 막강한 권력이 있다고 거짓말한거냐"고 묻자 A씨는 "거짓말한 건 아니고, (B씨 딸이 채용되면) 회사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전달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A씨는 "당시 이스타항공은 중국 노선을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며 "청주공항에서 (이스타항공의) 여러 노선이 편성되면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고, 회사 매출보다 '청주지점장이 업무적으로 도움을 받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B씨 딸 지원 사실을 내부에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B씨 딸이 운송업무 경력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현장에서 바로 투입돼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검찰은 법정에서 A씨가 상무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또 B씨 딸이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하자 A씨가 상무에게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다른 방법을 찾았을 텐데…"라는 내용으로 보낸 문자도 공개했다. B씨 딸은 지난 2016년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에서 잇따라 탈락했지만 최종 합격 처리됐다.
검찰은 B씨의 업무 권한에 대해 다시 한 번 추궁했다. A씨가 검찰에서 했던 진술과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는 B씨의 권한이 막강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B씨 딸 개인 능력 때문에 상무에게 문자를 보낸건지 아니면 B씨 아버지가 청주공항출장소 직원이어서 문자를 보낸건지 답해달라"고 추궁했다.
김미경 부장판사도 "이스타항공 내부 직원 여러명이 'B씨가 군기지 허가 및 슬롯 허가 권한을 쥐고 있고 인가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라고 진술했다. 본인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A씨는 "B씨가 출장소에서 그렇게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군공항과 민간항공사 중간에서 시간 등을 조율하는 전달자 역할만 할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부장판사는 "B씨가 그정도 권한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사건에서 제일 적극적으로 (B씨 딸 채용과 관련한) 문자를 (윗선에) 보냈다"며 "검찰 조사 때와 진술이 다소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상직 측 변호인은 "B씨 딸 채용과 관련해 이상직 전 의원이나 당시 보좌관이었던 김유상 전 대표에게 보고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A씨는 "없다"고 답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9월11일에 열린다. 이날 재판에서도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전 의원 등은 지난 2015년 11월~2019년 3월 이스타항공 직원 600여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청탁받은 지원자 147명(최종 합격 76명)을 합격시키도록 인사 담당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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