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듣는 아기 울움소리'…온주민 모여 잔치 열어

고창 상하면 동촌마을 ‘상하천사' 백일잔치에 마을이 '들썩'

전북 고창군 상하면 동촌마을에서 지난 25일 아기천사의 백일을 기념하기 위해 온 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새 식구맞이 축하 잔치가 열렸다. (상하면 제공)2023.2.27/뉴스1

(고창=뉴스1) 박제철 기자 = "아기 울음 소리 들어본게 언제인지 모르겠네."

신생아 출생신고가 멈춘 지 18년만에 시골의 한 작은마을에 아기 울움소리가 다시 울렸다.

전북 고창군 상하면 동촌마을에서 25일 '아기천사' 노희종군의 백일을 기념하기 위해 온 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새 식구맞이 축하 잔치를 열었다.

이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노모씨(55)와 캄보디아인 엄마 사이에 태어난 귀한 늦둥이 아들이다.

이날 주인공인 희종군은 지난해 상하면 전체 출생자 2명 중 1명으로 동촌마을에서는 실로 18년만에 출생한 귀하디 귀한 신생아다.

상하면 전체 인구는 2315명으로 지난해 사망자 45명에 비춰볼 때 2명 출생은 너무나도 귀한 일이다. 당분간 동촌마을을 포함해 상하면 전체에서도 희종군이 지역에서 가장 어린 주민 타이틀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마을 신생아가 출생한 것은 18년전인 지난 2005년으로 올해 대학생이 된 동촌마을 부녀회장의 늦둥이 아들 이후 처음이다.

농촌 인구 감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듯이 그간 마을에는 아기 울움 소리가 끊겼던 것. 동촌마을은 모두 52세대, 91명의 주민들 생활하고 있다. 마을 주민 대부분은 70~80대 고령으로 인구가 지속적으로 자연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상하면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손진국)과 동촌마을 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아이의 출생 백일을 맞아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며 신생아 용품 등을 전하고 축하잔치를 베풀었다.

마을 부녀회에서도 손수 음식을 준비해 주민들과 나누고, 선물을 전달하며 아이의 앞날을 축복했다.

박복기 마을 부녀회장은 “마을 주민 대부분 70~80대 노인만 있는 농촌마을에 아이 울음소리가 나니 얼마나 반가운지 음식을 준비하는데 많이 즐거웠다”며 “요양원이나 장례식장이 붐비는 농촌지역이 아닌 아이들의 함성소리로 가득찬 활기찬 고창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현섭 상하면장은 “아이의 백일잔치를 준비해주신 마을 주민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갈수록 농촌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이 무척 안타깝지만 앞으로도 주민밀착형 행정추진으로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더욱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jc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