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D-10…전북 단체장들의 운명은

14개 시·군 중 전주시장 등 6명 수사 대상…서거석 교육감도 포함
대부분 허위사실 공표…"당선 위해 숨기거나 부풀리거나" 지적

왼쪽부터 최경식 남원시장, 우범기 전주시장, 정헌율 익산시장ⓒ 뉴스1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6·1 지방선거 사범 공소시효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북지역 자치단체장에 대한 검찰 수사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21일 전주지검 등에 따르면 전북 14개 시·군 중 전주시와 군산시·익산시·남원시·정읍시·순창군 등 6개 지역 기초단체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최경식 남원시장(57)은 지난달 18일 기소됐고, 나머지 단체장들은 아직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6명의 기초자치단체장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거나 선거 과정에서 탈당했으며, 4명은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단체장이 됐다. 금품 선거 의혹을 받는 군산시장을 제외한 5명은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를 받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장인 서거석 전북교육감도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고 있다.

도내에서 제일 먼저 재판에 넘겨진 최경식 시장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소방행정학 박사로 기재된 명함을 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최 시장은 2017년 2월 원광대 소방행정학과에서 소방학 박사를 받았다.

검찰은 최 시장이 '행정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해 소방학 박사에 '행정'이라는 단어를 넣어 허위로 학력을 기재했다고 판단했다.

최 시장은 또 선거 당시 TV토론회에서 "중앙당 정치 활동을 20여년간 해왔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

우범기 전주시장(59)은 선거 당시 TV토론회 등에서 "선거 과정에서 브로커들과 직접 접촉한 적 없다"고 발언,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우 시장이 일명 '전주시장 선거 브로커 개입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된 건 같은 당 이중선 전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공개한 녹취록 때문이다. 녹취록에는 '우범기 후보가 브로커들에게 전권을 주겠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전주지검은 지난 10일 우 시장을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3선인 정헌율 익산시장(64)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정 시장은 선거 당시 TV토론회에서 "도시공원 민간 특례 사업 협약서에 수도산은 5%, 마동은 3% 정도로 수익률이 제한돼 있고, 그 수익률을 넘게 되면 환수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상대 후보였던 무소속 임형택 전 익산시의원이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은 없다"며 정 시장을 고발했다.

정 시장에 대한 고발은 총 13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지난 11일 정 시장을 불러 조사했다.

왼쪽부터 최영일 순창군수, 이학수 정읍시장, 강임준 군산시장, 서거석 전북교육감ⓒ 뉴스1

민주당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최영일 순창군수(51)는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지난 14일 전주지검 남원지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최 군수는 선거 당시 TV토론회에서 민주당 최기환 후보에게 "2015년 순정축협이 암소 190여 마리를 A영농조합법인에 판매했는데 당시 조합장이었던 최기환 후보의 배우자가 A법인의 이사로 등록 돼 있었다"고 주장하고, 이런 내용을 선거 유세 과정에서 방송으로 튼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부부간 부당 거래 의혹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학수 정읍시장(62)을 수사 중인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지난 8일 정읍시청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시장은 선거 당시 TV토론회에서 구절초축제준비위원장을 지낸 무소속 김민영 후보에게 구절초 테마공원 인근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가 고발당했다.

재선인 강임준 군산시장(67)은 금품 선거 의혹으로 지난 16일 전주지검 군산지청에 소환됐다. 강 시장은 민주당 경선을 앞둔 지난 4월 김종식 전 전북도의원에게 400만원을 전달하고, 이후 측근을 시켜 김 전 의원을 회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동료 교수 폭행 의혹'을 TV토론회나 SNS 등에서 "어떤 폭력도 없었다"며 전면 부인했다는 이유로 천호성 후보 측으로부터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2013년 당시 전북대 총장 신분이던 서 교육감이 회식 자리에서 후배 교수를 폭행한 사실이 있었느냐가 핵심이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지난달 서 교육감을 검찰에 송치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소속 정당·당락 여부·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동일한 잣대로 사실과 법리에 근거해 중립적 자세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전북 단체장 중 절반 가까이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텃밭인 전북에서 '경선 승리=당선' 공식이 통하다 보니 박빙 승부를 예상한 후보들이 표심에 영향을 주는 TV토론회 등에서 무리수를 두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인에게 불리한 사실은 숨기거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반면 경쟁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은 부풀리거나 왜곡한다는 취지다.

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정치인들이 트집잡기 식으로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건 문제"라면서도 "명백한 사실을 근거로 한 의혹 제기에 대해 투명하게 답해야 할 후보들이 회피성 발언을 해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 현안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다 보니 단체장뿐 아니라 공무원들도 수사 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내부적으로는 기소되더라도 당선 무효형(벌금 100만원 이상)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단체장들이 어떤 운명에 처해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iamg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