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하기 위해 태어난 'RE100계란'…제주에서 맛보세요"

RE100계란 전국 최초 판매…재생에너지 사용 점차 확대
제주도, 1차산업 분야 온실가스 발생량 감축 추진 계획

 지난해 말 오영훈 제주지사와 '애월아빠들' 관계자 등이 지구란 생산을 기념하고 있다(제주도 제공)/뉴스1
지난해 말 오영훈 제주지사와 '애월아빠들' 관계자 등이 지구란 생산을 기념하고 있다(제주도 제공)/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기후 위기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1차산업에서 RE100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박성준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 '애월아빠들' 이사는 최근 '뉴스1제주본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애월아빠들'은 지난해 말부터 전국 최초로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하는 'RE100 달걀'을 생산하고 있다.

RE100 이란 기업이 사용 전력이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캠페인으로 2023년 기준 구글, 애플, BMW 등 420개 이상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 RE100을 가장 손쉽게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 전기요금 이외에 한국전력공사에 추가금을 주고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으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기를 구매하는 '녹색프리미엄' 제도다. '애월아빠들' 역시 이 요금제로 RE100계란을 생산하고 있다.

'지구란'이라는 이름이 붙은 RE100계란은 기존 동물복지 인증에 친환경 가치를 더한 제품이다. 농장 운영에 필요한 모든 전력으로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것이다.

'애월아빠들'은 향후 농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계획이다. 계란 생산뿐만 아니라 농가에서 종이컵을 쓰지 않거나 각종 문서를 디지털화해서 종이 쓰기를 줄이는 등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경영에 힘쓰고 있다.

'애월아빠들'이 운영하는 동물복지 양계장(애월아빠들 제공.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애월아빠들'이 운영하는 동물복지 양계장(애월아빠들 제공.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박 이사는 "양계장 난방시설을 모두 전기에너지로 바꿨고 계란 운송 차량과 지게 차량도 전기차량으로 대체했다"며 "현재는 한 개 농장에서만 생산하고 있어 생산량에 한계가 있는데 올해 하반기부터는 RE100계란 농장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박 이사는 "농가 입장에서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친환경 경영이 쉬운 선택은 아니지만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가치소비에 무게를 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고 사계절 중 여름과 겨울만 남았다고 할 만큼 1차산업에서도 기후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양계산업도 닭들이 여름에는 고온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조류독감 등 전염병 흐름도 달라져 대응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농가들도 1차산업의 탄소중립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지속 가능 1차산업 꿈꾸는 제주도

제주도의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제주도 기후변화 대응 계획'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제주지역 농업 부문에서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은 전체의 5.5%를 차지한다. 1990년 대비 15.6% 증가한 수치다. 축산업으로만 한정하면 1990년에서 2018년까지 81.0% 늘었다.

특히 농업 부문에서는 2018년 온실가스 발생량이 363.8만 5000톤CO₂eq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2050년에는 약 1.21배인 438.7만 9000톤CO₂eq이 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는 2030년도까지 온실가스 발생량을 3만 1886톤CO₂eq, 2050년까지 6만 7276톤CO₂eq를 감소시키는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가 대한민국 지방정부 최초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SDGs)에 기반한 장기 발전 전략으로 최근 발표한 '2040 지속가능발전 기본전략'에도 "태양열, 풍력 등 재생가능 에너지 기술을 농업에 도입해 에너지 사용의 효율을 증진하고 환경 부담을 감소시킨다"는 내용이 담겼다.

제주 젖소(제주도 제공)/뉴스1

친환경 농수축산물 생산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에서도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해 지속 가능한 1차산업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도는 앞으로 계란에 이어 RE100 제품을 닭고기, 감귤, 우유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도는 RE100인증을 받은 제주산 제품을 새로운 관광자원이자 탄소중립의 핵심 동력으로 육성하고 1차산업에 그치지 않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저메탄 사료 공급도 제주도의 대표적인 축산분야 탄소중립 정책이다.

소, 양, 염소 등 되새김질하는 반추 가축은 셀룰로스나 탄수화물 중합체들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없어 장내 미생물들을 통해 섬유질을 분해한다.

반추 가축이 소화하는 과정에서 장내 발효로 발생한 이산화탄소와 수소 등이 장내 미생물인 메탄생성균과 만나 생성하는 메탄을 가축이 트림이나 방귀를 통해 내뿜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소 4마리가 방출하는 메탄의 온난화 효과는 자동차 1대 배기가스와 맞먹을 정도라고 한다.

도는 메탄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23년부터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2030년 도내 소 사육두수 30%에 메탄저감 사료 보급과 장내발효 온실가스 생산량의 10% 저감을 목표로 하는 '친환경 메탄저감 가축사육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