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줄 알았던 제주 들불 축제 '오름 불놓기' 논란 계속

제주도, '불놓기' 명시한 조례 재의 요구 여부 검토

2021년 11월13일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에서 열린 ‘2021 제주들불축제’에서 축제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 놓기가 펼쳐지고 있다.2021.3.13/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제주 들불 축제의 주요 행사인 '오름 불놓기'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3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달 제432회 도의회 임시회에서 통과된 '제주 정월대보름 들불 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의 재의요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해당 조례는 들불 축제 개최지(봉성리 새별오름)가 소재한 제주시 애월읍 주민 등 1283명이 청구한 안건으로서 목초지(오름) 불 놓기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들불 축제를 개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제주시는 지난해 9월 원탁회의식 숙의형 정책 개발 등을 거쳐 오름 불 놓기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던 상황. 이와 관련 도의회는 찬반 논란 끝에 당초 원안에서 오름 불 놓기를 반드시 하도록 했던 강행규정을 '개최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바꾸고, 허가권자인 도지사가 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수정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도가 이 안건 재의를 도의회에 요구하면 의회는 본회의에 상정해 재표결해야 한다. 본회의 표결에서 의원 과반수 출석에 재적 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지자체장은 이송 후 5일 이내에 공포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도의회 의장이 공포한다.

지자체장은 도의회의 조례안 재의결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재의결된 날에서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들불 축제 논란이 법적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2019년 3월9일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에서 열린 ‘2019 제주들불축제’에서 축제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 놓기가 펼쳐지고 있다.2019.3.9/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들불 축제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오름 불놓기 자체가 위법하다는 주장도 나왔었다.

정의당 제주도당과 제주 녹색당은 산림 보호법상 새별오름에 불을 피우려면 해충 방지와 학술연구 조사 등의 목적으로만 가능한데 제주시가 '관광자원'을 이유로 불 놓기를 추진한 것은 위법하다며 최근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애월읍을 지역구로 둔 고태민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장은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들불 축제 불놓기와 관련한 법령 위반 논란은 행정의 유권해석일 뿐 최종적인 법제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997년 처음 열린 제주 들불 축제는 봄이 오기 전 해충을 없애기 위해 들판에 불을 놨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 '방애'를 재현한 국내 최대 규모의 불 축제다. '오름 불 놓기' 땐 축구장 40개 면적에 달하는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남쪽 경사면에 불을 놓는다.

당초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 전후에 열렸던 이 축제는 날씨 문제로 2013년부터 매년 3월에 개최됐고, 2011년 구제역과 2020년 코로나19 유행 당시 외엔 오름 불놓기를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오름 불놓기는 2022년엔 동해안 산불, 2023년엔 산불경보 등을 이유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2021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제주시는 내년 3월 예정된 들불 축제에선 오름 불놓기 없이 소규모 불과 조명 등을 활용한 행사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