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둘레 반바퀴 2만2000㎞ 길이 흑룡이 산다는 이곳은?

제주밭담길·고상돈로 걷기대회 등 가을행사 '북적'

3일 제주시 구좌읍에서 열린 제8회 밭담축제 참가자들이 밭담길을 걸으며 가을 정취를 느끼고 있다.2024.11.3/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3일 제주는 전날까지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높고 파란 하늘이 가을이 왔음을 실감케했다.

도내 곳곳에서는 가을을 맞아 다양한 야외 행사와 축제가 열렸다. 제주는 평년보다 다소 기온이 높았지만 선선한 가을 바람이 나들이에서 나선 도민과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가볍게했다.

이날 밭담테마공원에는 전날 개막해 이틀간 열리고 있는 제8회 제주밭담축제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축제 참가자들은 밭담을 직접 쌓는 체험을 하거나 밭담길을 걸으며 가을 정취를 느꼈다. 밭담길은 농작물의 푸르름과 돌담의 검은색이 어우러져 색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도민 양승후씨(39) 가족은 "아이의 정서 발달과 치유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밭담길을 즐겨 걷고 있다"고 말했다.

3일 제주시 구좌읍에서 열린 제8회 밭담축제 참가자들이 밭담길을 걸으며 가을 정취를 느끼고 있다.2024.11.3/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제주 만의 독특한 풍경인 밭담은 밭의 가장자리를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낮은 돌담으로 밭의 경계를 나누는 역할을 한다.

제주도 경작지는 토지 소유의 경계를 나타내는 구획 표시가 없어 지역 토호들이 관리들과 결탁해 백성의 토지를 강점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를 보고 고려 고종(1234년)때 제주 판관 김구가 토지의 경계를 지으려고 명령한 것이 밭담의 시초로 전해진다.

또한 밭담은 바람과 가축이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못하게 보호해준다. 돌과 돌사이가 뚫려있는 바담은 바람이 빠져나가 풍압을 덜 받게 하는 구조로 쌓여있다.

특히 제주 곳곳의 밭담을 이어붙인 총 길이는 지구 둘레 반 바퀴인 약 2만2000㎞(추정)에 달한다. 이런 밭담의 구불구불 이어지는 모습이 마치 검은 용을 닮았다고 해 밭담은 '흑룡만리(黑龍萬里)'로 불리기도 한다.

밭담은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에는 국가중요농업유산, 2014년에는 FAO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의 영광을 안았다.

어승생 수원지에서는 제주 출신의 세계적인 산악인 고(故) 고상돈(1948∼1979) 대장을 기리는 '제14회 한라산 고상돈로 전국 걷기대회' 열렸다.

이 대회는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고상돈 대장의 도전정신과 한국 산악계에 발전에 기여한 업적을 기리려고 2011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참가자들은 한라산 1100고지 중 고상돈로 명예도로로 지정된 약 1800m를 포함해 에베레스트 높이를 상징하는 총 8848m 구간을 함께 걸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