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그린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제주선 품절…"이북으로라도"

한강 책 찾는 독자들로 서점 북적…"재입고도 미정"

11일 오전 제주 한 서점에서 독자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들여다보고 있다. 2024.10.11/뉴스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작가 한강이 마주한 '4·3사건'이라는 역사적 트라우마가 새겨진 제주에서도 한강 소설을 찾는 독자들로 들썩이고 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낭보가 전해진 다음날인 11일 오전 제주도 대형서점은 한강 소설을 찾는 독자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른 오전 서점을 찾은 이들은 품절 직전 남아 있는 작품들을 한권씩 품에 안았다.

한 서점 직원은 "어제까지 한강 소설책 8권을 소장하고 있었지만, 전날 저녁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순식간에 팔렸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품절 사태로 재입고도 미정이다.

또 다른 서점 직원은 "입고 대기를 걸어놓긴 했는데 전국적인 열풍이 시작된 만큼 언제 책이 들어올지 모르겠다"며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자긍심을 도민들도 느끼는지 아침부터 한강 소설을 찾는 전화 문의는 끊길 새 없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한림원이 '주목할 만한 최근작'이라 칭하고, 한강 역시 자신의 입문작으로 꼽은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았다. 2021년 출간된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4·3사건과 그 역사적 상흔을 세 여성의 시각으로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10일 오후 대구의 한 시민이 제주 4·3 사건의 비극를 다룬 한강의 대표작 '작별하지 않는다'를 꺼내고 있다. 교보문고 실시간 베스트셀러는 이날 오후 10시 기준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한강의 작품이 차지하고 있다. 2024.10.10/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점에서 5월 광주를 그린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를 손에 쥔 최우림씨(22)는 "'채식주의자'와 '희랍어시간'을 읽었고, 꾸준히 좋아하던 작가"라며 "제주에 살고 있는 만큼 오늘 '작별하지 않는다'를 사러 왔는데 품절이라고 해 읽고 싶었던 다른 책을 골랐다. 이북으로라도 사서 볼 생각"이라며 웃었다.

한강은 전날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방금 당신을 알게 된 사람에게 어떤 책을 추천하고 싶나'라는 질문에 "내 생각에 모든 작가는 자신의 가장 최근 작품을 추천한다. 나의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강은 2021년 출간기념회에서 "'소년이 온다'를 쓰고 나서 죽음의 깊이가 제 안으로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면, 이 소설을 쓸 때는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경험을 했다"며 "이 소설이 나를 구해줬지라는 마음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한강을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에 선정됐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