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이 날 구했다" 제주4·3 그린 한강 노벨문학상 쾌거

2021년작 '작별하지 않는다'로 제주4·3 아픔 그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한국인 소설가 한강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국 작가 가운데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강이 처음이다. 사진은 작년 11월14일 열린 한강 작가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 모습. (뉴스1DB)2024.10.10/뉴스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4·3을 그린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지난해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까지 거머쥐면서 제주에서도 축하가 쏟아지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 시각)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 출간된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4·3사건과 그 역사적 상흔을 세 여성의 시각으로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친구 인선의 제주 집에 내려갔다가 70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그에 얽힌 인선의 가족사를 마주하게 된 이야기다.

그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11월 프랑스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다.

5월 광주를 그린 대표작 '소년이 온다' 후 7년에 걸쳐 완성한 이 작품을 두고 작가는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한강은 2021년 '작별하지 않는다' 출간기념회에서 "1990년대 후반 제주 바닷가에 월세방을 얻어 3~4개월쯤 지낸 적이 있는데, 그때 주인집 할머니가 골목 어느 담 앞에서 '이 담이 4.3 때 사람들이 총 맞아 죽었던 곳'이라고 말씀하셨다"며 "눈부시게 청명한 오전이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사건이 실감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5월 광주를 그린) '소년이 온다'를 쓰고 나서 죽음의 깊이가 제 안으로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면, 이 소설을 쓸 때는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경험을 했다"며 "이 소설이 나를 구해줬지라는 마음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날 SNS를 통해 "역사적 트라우마,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문학으로 펼쳐냈다는 평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덕분에 제주도민은 4·3의 상처를 치유받고 화화와 상생의 가치를 품고 세계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됐다"며 "제주도민과 함께 수상을 축하드린다"고 밝혔다.

김창범 제주4·3유족회장은 뉴스1제주본부와 통화에서 "4·3 희생자와 유족의 마음을 모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제주4·3이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인이 공감하는 역사로 나아가길 고대하고, 지구촌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분들의 고통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창후 제주4·3연구소장은 "4·3의 세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4·3과 5·18을 다뤄 세계적인 평가를 받은 만큼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에 선정됐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