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차없는 거리' 걷기 행사에 "공무원 동원령" 논란

전 부서·산하기관에 '참여 협조' 공문…개최 장소 적절성 시비도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오영훈 제주도정이 각종 행사에 사실상 '공무원 동원령'을 내리고 있다는 공직사회 불만이 커지고 있다.

24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도는 오는 28일 열리는 '차 없는 거리 걷기' 행사를 앞두고 모든 부서와 산하 기관에 행사 참여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걷는 즐거움, 숨 쉬는 제주'란 이름의 이 행사는 당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연북로 제주문학관~메가박스 2㎞ 구간(왕복 4㎞)에서 진행된다. 이 구간을 통제해 참가자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행사다.

도가 발송한 공문엔 "가족과 함께 임직원들이 걷기 행사에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기 바라며 기관 홈페이지 등을 통한 홍보에도 적극 협조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참여 예정 인원을 사전에 알려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공직사회에 일각에선 "말이 협조지 사실상 동원령"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주도의 '공무원 동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도민체육대회 개회식과 올해 시무식 등을 비롯해 이전에도 각종 행사에 공무원들을 동원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올 4월 총선이 끝난 뒤 민주당 소속 제주 지역구 국회의원 3명이 도청을 방문했을 땐 건물 로비에 공무원들을 불러 모아 환대 행사를 열었고, 작년엔 주말에 공무원 체육대회를 열려다가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이번 걷기 행사의 경우 개최 장소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도는 '도민 걷기 활성화'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 행사 개최 소식이 전해지자 "교통량이 많은 대도로변을 굳이 막아 걷기 행사를 해야 하느냐"는 부정적인 의견이 제시됐다.

도내 시민단체 등 19개 단체로 구성된 '탈핵·기후 위기 제주 행동'도 성명에서 "생색내기용 1회성 행사"라며 "행사 구간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취약하고 자전거와 도보로도 접근하기 쉽지 않은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버스 이용객 혼란 방지를 위해 노선 변경 안내문과 현수막으로 사전에 알리고 안전사고 예방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지난 6일 제주도 범도민 걷기 추진협의회에서 "이번 행사 목표는 도민들이 불편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며 "불편하지 않으면 자동차 사용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