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무암에서 실 뽑아낸다고?"…제주 돌 친환경 섬유화 가능성 커

돌과 인연 깊은 섬…제주인 삶과 문화에 녹아내려

맑은 날씨를 보인 5월16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에 설치된 선글라스를 낀 돌하르방 뒤로 가벼운 옷차림을 한 관광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5.16/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관광객이 항공기에서 내려 제주국제공항 밖을 나오면 '제주에 왔구나'라고 느끼게 해주는 3가지가 있다. 멀리 보이는 한라산과 야자수, 그리고 공항에 세워진 돌하르방이다.

제주사람들은 예부터 돌하르방을 마을 입구나 성문 앞에 세워 수호신으로 삼았다. 어떻게보면 인자하고, 어떻게 보면 매섭고, 또 어떻게보면 재밌기도 한 돌하르방의 표정에서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면서도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온 도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제주는 '삼다(여자, 바람, 돌)'도라 불릴만큼 돌과 인연이 많은 섬이다.

제주도청 홈페이지에서 소개된 '돌 문화'를 보면 제주에서 볼수 있는 돌은 용암이 지표에 흘러서 생성된 돌과 용암이 지표로 흘러나올 때 폭발적으로 분출해 쌓인 암석, 화산이 분출하면 생긴 화산쇄설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용암이 지표를 흘러 굳어진 암석이 제주도 지표를 대부분 차지한다. 특히 제주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돌이 구멍이 숭숭 뚫린 거무튀튀한 현무암이다.

주변에 돌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돌을 활용한 문화가 발달했다.

그 중 하나가 밭담(돌담)이다. 돌담은 다양한 기능이 있었는데 우선 토지에 널려진 돌들을 제거할 수 있었고 얼기설기 쌓아 바람에 무너지지 않았다. 농작물이나 시설물 훼손을 막고 토지의 경계를 명확하게 해줬다.

제주 밭담길(뉴스1DB)ⓒ News1

도민들은 마을에 있는 거목 밑에 돌을 쌓아 공동쉼터로 사용했고 마을 발전에 공헌한 사람들의 공적이나 열부, 열녀, 효자를 기리는 비석을 세워두는 비석거리를 조성하기도 했다.

'듬돌'이라해서 마을 청년들의 힘겨루기에 사용하는 문화도 있었다. 소년이 무거운 돌을 들어올려 몇 걸음을 걸으면 성년으로 인정하는 일종의 성년의례가 되기도 했다. 이 풍습은 매해 열리는 제주들불축제 '듬돌들기' 대회로 이어지고 있다.

물이 잘 빠지는 현무암의 특성 덕분에 제주에서는 홍수가 잘 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2019년 발간된 '제주특별자치도지'에는 "제주 대부분의 하천 유역은 토층이 두껍지 않은 데다 송이층으로 구분되는 층리와 수직 방향의 조밀한 절리, 그리고 투수성 지형이 잘 발달한 현무암 또는 조면현무암질 용암으로 이뤄져 우수가 지하로 쉽게 침투할 수 있다. 강우 강도가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좀처럼 지표유출이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설명돼 있다.

최근에는 제주 현무암으로 섬유로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제주현무암 섬유산업 소재 활용방안 모색 국제 세미나'에 전시된 현무암으로 제작한 섬유/뉴스1

현무암 섬유(Basalt Fiber)는 독일과 조지아 등 유럽권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다양한 산업에 적용 중이다. 돌을 부드러운 섬유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과 장비가 있어 수년 전부터 각종 산업에 적용 중이다.

빠르게 부식되는 철근을 대체할 건축소재나 자동차, 항공기 부품으로 활용할 수 있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자연 유래 친환경 소재로도 평가받고 있다.

지난 5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 열린 '제주현무암 섬유산업 소재 활용방안 모색 국제 세미나'에서 배성철 한양대 건축공항부 교수는 "제주 현무암이 섬유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 테스트한 결과 섬유로 잘 만들어지는 독일 현무암과 상당히 유사한 성분을 가졌다"며 제주 현무암의 섬유화 가능성을 높게 봤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