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손끝에서 '폐현수막' 부활…"새활용에 진심인 이유는"

[재활용 넘어 새활용으로 ③] 사회적협동조합 희망나래
폐현수막 활용 마대·모래주머니·우산 등 제작

편집자주 ...플라스틱 저감과 순환경제 전환을 향한 국제적 노력을 선도하는 '2024 제주플러스 국제환경포럼'이 오는 26, 27일 제주부영호텔에서 열린다. 포럼을 앞두고 버려진 자원의 재활용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새활용'으로 순환경제를 꿈꾸는 제주 기업 5곳을 차례로 소개한다.

6일 제주시 아라동 희망나래일터에서 업사이클링 사업단 사원들이 폐현수막을 이용해 마대를 만들고 있다. 2024.9.11/뉴스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지난 6일 발달장애인에게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주시 아라동 '희망나래일터'.

근로 장애인 한 명은 재봉틀로 천을 재봉하고, 옆 동료들은 재봉된 천을 받아들어 끈을 척척 끼워내더니 마대자루 하나를 뚝딱 완성해 냈다. 마대자루로 변신한 천은 다름 아닌 어지러운 아파트 분양광고가 빼곡히 적힌 폐현수막이었다.

게시기한이 지나면 잘 썩지도 않는 쓰레기로 전락하는 폐현수막이 이곳에서는 마대자루로, 모래주머니로, 우산으로 재탄생한다.

희망나래는 발달장애인이 권리와 자유를 누리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전문적인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곳 희망나래일터에서는 판촉물 인쇄, 쇼핑백·현수막 제작 등 여러 근로사업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에는 '희망나래 업사이클링 사업단'을 꾸려 폐현수막을 활용한 제품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희망나래는 어떻게 '새활용'에 관심을 두게 됐을까?

박인향 이사장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논의하면서 최근 대두되고 있는 ESG경영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또 저희도 현수막 사업을 하는 만큼 선거철 현수막 문제에 대한 기사를 보다가 폐현수막을 이용한 직무개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신협에서 진행하는 어부바 사업에 선정되며 본격적인 업사이클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폐현수막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법 했지만 주민센터와 옥외광고협회가 주기적으로 수거한 폐현수막을 제공해 주고 있다.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모래주머니 800개를 제작해 제주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사회복지기관에 나눠줬다. 올해는 마대주머니 5000개를 제작했고, 이 중 4000개는 도청에서 플로깅 사업을 위해 구매해 갔다. 환경보호를 위한 플로깅에서 결국 다시 쓰레기가 되는 플라스틱 마대가 아닌 재활용 마대를 사용해 의미가 더욱 커진 셈이다.

또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축제에 폐현수막으로 만든 돗자리를 지원하기도 했다.

희망나래 업사이클링 사업단 사원들이 수거한 폐현수막을 분리하고 있다. (희망나래 TV 유튜브 갈무리)

박 이사장은 "제품 특성상 개인에게 대량 구매를 기대하기 한계가 있다 보니 공공기관이 주요 판로"라며 "공공기관에서 폐현수막 마대 주문을 통해 재활용품 분리수거나 낙엽 수거, 해양쓰레기 수거 때 많이 사용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 사업단에 참여하는 근로장애인은 현재 5명이지만, 제품 생산이 매출로 이어지면서 근로자를 10명까지 늘릴 목표를 세웠다.

박 이사장은 "사업단을 하며 공공기관에서 첫 주문이 들어오고, 10명에게 새 일자리를 창출해 주겠다는 목표를 세운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며 "또 기존 직무에서 빛을 내지 못하던 사원이 이 직무에 탁월한 능력이 보이며 자존감을 회복한 걸 볼 때 흐뭇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희망나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친환경 생분로 현수막을 출시해 환경보호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친환경 현수막을 사용하면 1장당 플라스틱 쓰레기 0.6㎏ 감량 효과가 따라온다.

현수막 사용기한이 끝나면 이를 수거한 뒤 재가공해 다시 현수막 원단으로 만들거나 자동차 덮개로 재탄생시킨다.

박 이사장은 "희망나래에서는 폐현수막 재가공뿐 아니라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매장을 11월에 오픈한다"며 "희망나래의 강점은 직원만이 아닌 조합원 109명이 협동의 힘으로 늘 함께하고 있다는 것인 만큼 사회적 책임과 가치를 더해 지구를 살리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웃어 보였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