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삼청교육 피해자 2.6억원 배상' 불복 항소…10월 2일 첫 변론기일

광주고법 제주 제1민사부 심리…국방부 "청구 시효 소멸"
최고 배상액 결정·재산상 손해 인정 첫 사례 등으로 관심

제주지방법원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1980년대 전두환 신군부가 만든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고초를 겪은 피해자가 국가(국방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이 열린다.

2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민사부는 오는 10월 2일 제주지방법원 501호 법정에서 삼청교육대 피해자 A 씨(60대)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A 씨와 정부는 지난 28일 각각 항소심 소송 수행자를 지정했다.

A 씨는 1980년 8월 영장 없이 경찰에 붙잡혀 삼청교육대로 넘겨졌다. A 씨는 삼청교육대에서 강제 군사교육을 받고, 전술도로 보수와 방어시설 보강공사 등 강제노역에 투입됐다. 일일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처벌을 받았다.

A 씨는 수감생활을 마치고도 1년 넘게 보호감호 처분을 추가로 받아 2년 4개월 13일 동안 구금됐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3년 7월 "A 씨가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 삼청교육대 순화교육, 근로봉사대 강제노역,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피해 사실이 인정된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를 토대로 A 씨는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침해당한 데 대해 국가가 물적·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지난해 8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정부는 '손해배상청구권 시효 소멸'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반대했다.

삼청교육대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밝힌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임기 만료(1993년 2월 24일) 후 5년이 지났고, 대법원의 '계엄포고 제13호' 위헌 결정(2018년 12월 28일)이 전국적으로 전파됐기 때문에 A 씨가 삼청교육대로 인한 손해와 가해자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어 시효가 소멸했다는 취지다. '계엄포고 제13호'는 삼청교육대 설립의 근거다.

민법과 국가재정법 등 국가 손해배상 관련 법률에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나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불법행위가 이뤄질 날부터 5년 이내에 청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효가 소멸한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제주지법 민사5단독 강란주 부장판사는 지난 4월 "정부가 A 씨에게 2억6271만861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자료 2억 5000만원과 A 씨가 구금돼 있는 동안 일하지 못해 입은 재산상 손해 1271만8610원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그간 법원이 삼청교육대 피해자에 대해 국가가 지급해야 한다고 인정한 배상액 중 가장 높은 액수다. 또 '재산상 손해'를 인정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제주지법은 "법률전문가가 아닌 A 씨 입장에서는 2018년 대법원의 계엄포고 제13호 위헌 결정으로 자신의 국가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과거사정리위가 인권침해와 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소송이 제기됐기 때문에 단기 소멸시효가 종료된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2년 4개월가량 구금돼 가혹행위를 당했고 퇴소한 이후에도 계엄법 위반 전과자라는 오명으로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나아가 공무원들에 의해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자행돼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