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서울~제주 해저고속철' 군불때기에 곱지 않은 시선들
제주도의회 토론회서 '시기상조' 의견 다수
-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전라남도가 제주와 서울을 잇는 해저 고속철도를 건설하기 위해 정부 설득에 나서는 등 군불을 때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각계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정민구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더불어민주당, 삼도1·2동)과 양영식 농수축경제위원장(민주당, 연동 갑), 행정자치위원인 송창권 의원(민주당, 외도·이호·도두동)은 23일 오후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서울 간 철도망 구축을 위한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제주에서 이 주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제 발표에 나선 이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실장 등에 따르면 제주를 오가는 해저 고속철도에 대해선 그간 2차례에 걸쳐 행정 검토가 이뤄졌다. 전남도의 요구로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1년 실시한 '호남~제주 해저 고속철도 타당성 조사'와 전남도가 올해 실시한 '완도군 고속철도 건설사업 사전 타당성 조사'다.
전남도는 2007년부터 해당 조사 결과들을 활용하며 줄기차게 전남을 거쳐 가는 제주~서울 해저 고속철도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제주도는 제2공항 건설 등에 정책 우선순위를 둬 왔다.
이런 가운데 전남 완도·해남·영암군이 내년 '제5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2026~35년)' 고시를 앞두고 올 2월 전남도에 해저 고속철도 관련 공동 건의문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현재 국토부의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앞둔 제주도의 입장엔 변함이 없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도 역시나 '시기상조'란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백승근 전 국토부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장은 "전남도가 직접 당사자인 제주도와의 논의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상당히 아쉽다"며 "제주도의 구체적인 발전 전략과 연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제주에 철도가 없으니까 해 보자'는 식으로 대규모 투자 사업에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호진 제주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대표도 "정부와 제주도 모두 관련 구상을 하지 않고 있고, 정치권도 여전히 공식적 언어로 관련 내용을 다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사업이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현 상황에선 행정과 민간 모두 20조 원 넘는 사업비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보다 냉철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의근 제주관광학회장은 "해저 고속철도가 구축되면 전남도의 경제적 효과가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다. 관광은 제주에서 하고 숙박은 값싼 전남에서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적어도 이 논의는 제2공항 건설 논의가 마무리된 뒤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김익태 제주도 기자협회장은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를 두고 '뜬금없다'는 일부 의견이 있다"며 "다만 2022년 KBS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교통 인프라 확충과 관련해 전체 응답자의 12%가 '해저 고속철도'를 꼽았다. 추후 논의할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경만 아시아 비즈니스동맹 의장과 안종배 국제미래학회장, 김덕문 제주특별자치도 농업인단체협의회장은 제주~서울 해저 고속철도 구축에 '강한 찬성' 의견을 밝히면서도 제주도의 미래 발전 전략과 반드시 연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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