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관광개발 '제주 카지노 이전' 때 도민 여론 왜곡… 3명 징역형

우호적 단체 포섭한 소규모 설명회서 설문조사 진행

롯데관광개발이 소유한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전경. (롯데관광개발 제공) ⓒ News1 김형준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롯데관광개발이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롯데호텔에 있던 LT 카지노를 제주시 노형동 제주드림타워로 확장 이전하는 과정에서 주민 의견조사 결과를 왜곡했다는 의혹이 법정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재판장 배구민 부장판사)은 10일 LT 카지노 전 대표 A 씨에 대한 업무방해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2개 혐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제주지역 모 공기업 관계자 B 씨에겐 징역 8월을, 업무방해 방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방조 등 2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 씨에겐 징역 4월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B·C 씨에 대해 판결 확정일로부터 각각 2년, 1년간 집행을 유예토록 했다.

앞서 A 씨 등은 카지노 산업 영향평가 점수 1000점 중 200점의 비중이 있는 도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카지노 이전에 우호적인 특정 단체를 포섭해 여론을 왜곡하고 이 같은 여론을 제주도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도는 2019년 12월 '카지노 산업 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해 카지노 영업장 소재지 변경이나 영업장 확장, 신규 영업장 개설시 영향평가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2018년 롯데호텔에서 영업 중이던 LT 카지노(옛 파라다이스 제주 롯데 카지노)를 인수한 뒤 2021년 8월 영업장 면적을 4.6배 늘려 제주드림타워로 이전하면서 카지노 산업 영향평가를 받았다.

이를 위해 롯데관광개발은 2020년 7월 제주도에 '카지노 산업 영향평가서'를 제출했고, 그해 8월 카지노 산업 영향평가 심의위원회에서 800점 이상을 획득해 적합 판정을 받았다.

당시 롯데관광개발이 제출한 평가서엔 한국갤럽에 의뢰해 영향평가 항목 중 하나인 도민 의견수렴 설문조사 결과도 포함돼 있었다. 이 설문조사는 1대 1 길거리 대면 설문과 소규모 주민 설명회 설문으로 진행됐다.

A 씨 등은 이 설문조사와 관련해 카지노 이전에 우호적인 특정 단체를 중심으로 소규모 주민 설명회 참가자들을 모집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제주참여환경연대는 2021년 2월 소규모 주민설명회에서 진행한 도민 의견 수렴 설문 과정이 왜곡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자들을 고발했다.

경찰은 해당 고발과 별개로 입수한 첩보를 바탕으로 제주도 카지노정책과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를 진행, A 씨 등 3명을 2021년 11월 검찰에 송치했다.

이런 가운데 A 씨는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했으나, B·C 씨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카지노 이전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거나 깊은 이해관계를 가진 곳은 LT 카지노로 보인다. B·C 씨 증언도 비교적 구체적이며, 피고인들 간 통화 내용 등 여러 증거를 살펴보면 공소사실에 부합해 A 씨에 대해서도 유죄가 인정된다"며 "(A 씨에게) 실형이 선고된 이상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여 구속영장을 발부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B 씨에게 처벌 전력이 없고 반성하는 점, C 씨는 가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