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전 기억 속 아버지와의 만남…"함께 아파하고 울었다"
76주년 4·3 추념식 '불어라 4·3 봄바람, 날아라 평화의 씨' 봉행
한덕수 총리 "4·3, 화해·상생의 역사로…2025년 추가진상조사 마무리"
- 강승남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76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됐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한 이번 추념식은 제주4·3 유족과 도민 등이 참석했다.
올해 추념식 주제는 '불어라 4·3의 봄바람, 날아라 평화의 씨'다.
평화의 씨가 날아 곳곳에 평화와 행복이 가득해져 슬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염원과 유난히 추웠을 4·3 당시의 제주 봄바람을 기억하며 제주4·3 정신을 일깨우자는 메시지가 담겼다.
추념식은 오전 10시 정각 제주 전역에 1분간 울린 묵념 사이렌과 개막 영상 상영에 이어 헌화·분향, 국민의례, 4·3 경과보고, 추념사, 유족 사연 소개, 추모 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2022년 제74주년 추념식에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대통령 명의 추념사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했으나, 올해는 한 총리가 추념사를 했다.
한 총리는 "제주4·3사건이 '화해와 상생의 역사'가 될 수 있도록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2025년까지 추가 진상조사를 빈틈없이 마무리해 한층 더 보완하고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트라우마 치유센터의 설립과 운영에 더욱 힘쓰겠다"며 "국제평화문화센터 건립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제주도민의 화해와 상생의 정신이 분쟁과 갈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세계 시민들에게 소중한 교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제주도민의 뜻을 받들어 4·3사건이 화해와 상생의 역사가 될 수 있도록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인사말에서 "'4·3'은 낡은 이념의 시대 종결을 알리고 사람 중심의 빛나는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며 "역사 왜곡과 이념 갈등을 끝내고 '4·3'의 평화·인권 정신과 가치를 전국으로 확산하겠다{고 했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 전액 국비 운영, 사후 양자 가족관계에 관한 4·3특별법 시행령 마련, 희생자·유족 명예훼손 처벌 조항 마련 등에 정부와 정치권이 또다시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추념식에선 특별한 만남도 있었다.
배우 고두심의 내레이션으로 4·3 당시 5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읜 김옥자 할머니의 사연이 공개됐다. 김 할머니가 지난 76년 전 기억에서 꺼낸 아버지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영상으로 재현했다.
김 할머니의 손녀인 한은빈 양이 편지를 낭독했다.
추념식 참석자들은 김 할머니의 사연을 듣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가수 인순이는 '아버지'라는 곡을 열창하며 김 할머니를 비롯한 4·3 유족들을 보듬었다.
추념식은 바리톤 김동규, 소프라노 한아름, 도란도란 합창단이 참여해 4·3 영령의 진혼을 기원하는 추모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추념식은 KBS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추념식 본행사에 앞서 4대 종단 종교의식과 추모 공연 등 식전행사도 진행됐다.
행사가 모두 끝난 뒤에는 참배객들이 위령 제단에서 헌화·분향하며 4·3 영령을 추모했다.
한편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4·3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또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된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제28주년 3·1절 기념식 직후 벌어진 가두시위에서 군정경찰의 발포로 15세 허두용 군 등 민간인 6명이 희생당한 사건이 도화선이 됐고, 이어진 민·관 총파업과 타지역 경찰·서북청년단 을 동원한 군정경찰의 검거공세가 4·3으로 이어졌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확정한 희생자 수는 2023년 현재 1만 4738명이다. 이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희생자 수치일 뿐 진상조사보고서는 4·3 당시 인명피해를 2만 5000명에서 3만 명으로 추정한다. 당시 제주도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한편 2014년 정부는 4월 3일을 '제주4·3 희생자 추념일'로 정하고 매년 국가 의례로 추념식을 봉행하고 있다.
ks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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