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 폐쇄·간호사 '무급휴직'…전공의 이탈에 무너지는 병원(종합2보)
전북대병원 "하루 수억 적자"…원광대병원, 일부 병동 통‧폐합
병상 가동률 30%대 추락 제주대병원, 간호사 무급휴직 시작
- 오현지 기자, 강교현 기자, 장수인 기자
(전국=뉴스1) 오현지 강교현 장수인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며 전국 병원이 경영 위기에 처했다. 병상 가동률이 추락하며 병동이 통폐합되고, 간호사를 대상으로 무급휴가도 시행하고 있다.
12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전북대병원은 전날 5층에 있는 병동 2곳 중 1곳을 폐쇄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병동은 특정 과에서 운영하는 병동이 아닌 여러과에서 공유하는 병동으로 파악됐다.
전북대병원의 경우 진료 환자 수 감소 등으로 인해 하루 수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이탈 등의 여파로 전체 수술실은 21개 30~50%(7~8개)가 가동되고 있다. 또 병상가동률은 지난달 20일 전공의 파업 전 대비 30%가 축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병원 측은 대책마련을 고심 중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원광대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앞서 원광대병원은 최근 7층 전체 병동 중 서쪽 병동을 폐쇄하고 동쪽 병동으로 통합했었다.
이어 이날 오전에는 병원 내 보건의료노조와 정형외과와 산부인과, 비뇨기과 병동 등의 통폐합을 놓고 논의한 결과 두 곳의 병동을 추가 폐쇄키로 결정했다.
808개 병동 중 53응급병동과 53간호병동, 성형외과와 이비인후과, 안과 병동이 있는 91병동을 포함한 총 4곳의 병동이 폐쇄됐다.
원광대병원 관계자는 "어려워진 병원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추가 병동 통폐합을 결정했다"며 "현재 통폐합된 병동에 대해서는 의료 인력을 이동 배치하는 등 조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상 가동률이 30%대까지 추락하며 경영난에 봉착한 제주 유일 국립대병원인 제주대학교병원은 간호사 무급휴직에 돌입했다.
제주대병원은 최근 간호부 소속 9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급휴가 수요조사 결과 23명의 간호사가 무급휴가를 신청해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당초 병원 측은 병상 가동률이 급감하며 통폐합된 병동 간호사에 한해 무급휴가를 받을 계획이었지만, 상황이 장기화하자 전체 직원으로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무급휴가 신청자는 계속해서 받고 있고, 휴직 기간은 한달을 기본으로 하지만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며 "일하지 않는 일수에 대한 급여만 지급하지 않고, 인사상 다른 불이익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호사들은 의료공백이 커지면서 심폐소생술이나 약물투여 등 의사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데도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제주대병원은 지난 9일부터 간호사 10명으로 구성된 '비상진료지원팀'을 꾸려 2인 3교대로 전공의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비상진료지원팀 소속 간호사들은 전공의가 수행하던 당직 업무와 환자 예비진료를 담당한다.
신동훈 의료연대본부 제주대학교병원분회장은 "병원에서 간호사업무조정위원회를 통해 업무를 조정할 수 있다고 하는데 문제가 실제로 발생했을 때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일이 늘다 보니 업무적 부담감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20일을 넘기면서 지난해 300억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며 최악의 경영난을 맞았던 제주대병원 상황은 악화일로다.
전공의 이탈 후 경증 환자가 퇴원하면서 병상 가동률은 68%에서 30%대로 반토막 났다.
내과 중환자실은 기존 20병상에서 12병상으로 절반 가까이 줄였고, 수술실은 12개에서 8개로 축소돼 정형외과 등의 수술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병상 가동률이 10%대까지 떨어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 2곳은 1곳으로 통폐합했다. 현재 마찬가지로 가동률이 추락한 정형외과 재활병동도 폐쇄를 두고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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