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 안 잡혀 옥돔 잡겠다고 갔는데"…동료 선장·선원 '침통'

9일 새벽 제주 어선 통영 욕지도 남쪽 해상서 전복 사고
도민 2명, 외국인 7명 승선…제주도, 사고 대응에 총력

9일 새벽 제주선적 20톤급 근해연승어선 제2해신호가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약 68㎞ 해상에서 전복된 채 발견됐다.(통영해양경찰서 제공)/뉴스1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갈치 대신 옥돔 잡겠다고 그 먼 바다까지 갔는데…."

9일 오전 제주 제주시 한림읍 사단법인 한림어선주협회 사무실. 이날 새벽 경남 통영 욕지도 남쪽 해상에서 전복된 채 발견된 제주선적 20톤급 근해연승어선 제2해신호의 사고 소식을 접한 어업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사고 어선에 타고 있던 선장 A씨 등과 오랜 시간 바다에서 일을 함께 했던 동료 선장과 선원들이었다.

손에서는 휴대폰을 놓지 못했고, 시선은 TV를 향한 채 가족 같았던 선원들의 구조소식을 애타게 기다렸다.

30년 이상 배를 탔다는 한 선장은 "그 배(사고 어선) 선장과는 삼촌과 조카처럼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친한 사이다"며 "정말 열심히 일을 했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제주 해역에서 최근 갈치가 잘 잡히지 않아 옥돔을 잡겠다고 그 먼바다까지 나갔다"며 "그저 무사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제2해신호 사고수습대책본부가 마련된 제주 한림어선주협회 사무실./뉴스1

한편 이날 오전 6시 29분쯤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약 68㎞ 해상에서 제주 선적 20t급 근해연승어선이 전복됐다. 사고 해역과 제주 한림항과의 거리는 약 200㎞다.

제2해신호는 다른 어선 1척과 옥돔조업 차 지난 7일 오전 10시 36분 제주 한림항을 출항해 통영 욕지도 해역까지 이동했다.

제2해신호에는 선장을 포함한 한국인 선원 2명, 인도네시아 선원 7명 등 9명이 타고 있었다.

함께 출항한 다른 어선이 이날 오전 6시쯤 제2해신호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제주어선안전조업국에 신고했고 오전 6시 29분쯤 뒤집힌 채 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해경은 오전 6시 43분쯤 사고현장 수색에 돌입, 전복된 선박 내에 진입해 수중수색을 벌이던 중 선원실 입구 쪽에서 2명, 조타실 쪽에서 1명을 발견했다.

외국인 2명, 내국인 1명으로 추정되는 3명 모두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해경은 선원 3명을 심폐소생술을 하며 경비정에 태워 통영항으로 긴급 이송했지만 모두 숨졌다.

해경은 나머지 실종자들이 선내에 있을 것으로 보고 뒤집힌 어선이 가라앉지 않도록 부력부이를 설치한 뒤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해경은 "사고 당시 바다 상황은 파고 1m∼1.5m로 높지 않았고, 전날(8일) 오후 발효됐던 풍랑주의보도 해제돼 조업이 가능했다"며 "사고지점 수심이 97m 정도 되고, 현재까지 암초나 다른 선박 등과 충격한 외부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해경은 구조작업을 마치는 대로 본격적으로 사고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9일 오후 제주해양경찰서 상황실에서 제2해신호 전복사고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사고 대응과 수습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제줃도청 제공)/뉴스1

제주도에서도 사고 대응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지역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한림수협에 현장지원 상황실을 마련해 실종자 수색, 선원 가족 지원 등 사고 대응과 수습에 힘쓰고 있다.

또 어업지도선 '삼다호'와 '영주호' 2척을 비상 소집해 사고 해역으로 급파했다.

제주도는 실종자 가족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인도네시아 대사관을 통해 외국인 선원의 가족들과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

오영훈 지사는 이날 오후 제주해양경찰서 상황실에서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사고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수습방안을 논의하고 향후 안전교육과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