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면소에 공소기각까지… 제주 검찰 '부실수사' 논란 계속

法 "공소사실 모호" 이유로 '9억 사기' 무속인에 징역 10월
1000억대 '투자 리딩방 사기사건'도 일부 혐의에 공소기각

제주지방법원 법정.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사기 사건에 대한 제주 검찰의 부실 수사가 법정에서 또 드러났다. 이에 검찰 수사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1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무속인 A씨(54·여)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지인 소개로 자신을 찾아온 피해자에게서 2008~16년 기간 1000여차례에 걸쳐 총 9억여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사기 등 범죄에 따른 재산상 이익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되고, 또 유죄가 인정됐을 땐 형법상 사기죄 처벌보다 형량이 높은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그러나 A씨는 이날 재판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이는 검찰에 A씨에게 적용했던 혐의 대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무죄, 면소,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A씨의 혐의 가운데 범죄사실이 증명되지 않았거나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문제가 있고, 또 절차상 하자로 공소 자체가 적법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대부분 근거가 없다"며 "A씨가 어떻게 피해자를 기망했는지를 알아야 심판할 수 있는데, 공소장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기재돼 있지 않다. 이 정도로 공소사실을 모호하게 기재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증거로 제출한 자료도 피해자 진술서 사본, 피해자 수첩, 통장 사본 등에 불과하다"며 "피해자 진술서 사본과 수첩 내용의 경우 피해자의 기억력 한계를 감안할 때 추측·오류의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어느 부분이 추측·오류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부연했다.

B씨 일당의 광고성 홍보물. (제주경찰청 제공)

사기 사건에 대한 제주 검찰의 부실 수사 문제가 법정에서 지적된 건 A씨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제주지법 형사3단독(강란주 부장판사) 역시 1000억원대 '투자 리딩방 사기사건'에 연루된 자금세탁책 B·C씨에게 이달 10일 각각 징역 6년과 5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일부 혐의에 대해선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 역시 검찰의 공소장 내용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 공소사실을 보면 피해자는 송금인이 입금계좌에 표시되도록 쓴 내용으로 갈음됐고, 기망 방법은 '장소를 알 수 없는 곳에서 피해자에게 불상의 투자 사이트를 제시하며 불상의 방법으로 수익을 얻게 해 주겠다는 취지의 거짓말을 했다'는 게 전부였다. 피해자와 범죄 수법이 특정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검찰이 B·C씨를 기소한 작년 7월까지 수집한 증거는 피의자 신문 결과와 일부 피해자 진술, 계좌이체 내역 등에 불과했다.

특히 검찰은 B·C씨를 기소할 때까지 입금자 대부분에 대한 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고, 입금자들이 실재 존재하는지 여부나 송금 경위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작년 11월 재판부로부터 '공소사실을 명확하게 하라'는 취지의 석명준비명령을 송달받은 뒤에야 일부 공소사실에 대한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했고 추가 증거도 제출했다. 그리고 그 결과, B·C씨가 각각 352억원과 342억원의 자금을 세탁해 조직에 전달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B·C씨에 대한 선고 때 공소기각 부분의 공소사실이 명확하지 않은 데 대해 "수사기관에서 자료 수집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사안의 성격상 관련 자료 수집에 아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해도 그 같은 수사의 어려움이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침해하는 건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뉴스1의 B·C씨 관련 보도 다음날인 17일 입장자료에서 "신속한 수사 진행이 필요해 우선 경찰이 송치한 범죄사실에 대해 기소를 한 것"이라며 "피고인들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