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러움과 '핫플'의 공존…황금연휴 제주 원도심 어떤가요?
어린시절 향수 자극하는 골목길·수십년 노포 탐방
-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관광객들이 제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의 야자수나 동쪽에 있는 성산일출봉, 푸른 바다 풍경이 펼쳐진 애월해안도로 등 일 것이다.
한라산을 기준으로 제주도 북쪽에 위치한 제주시 원도심은 과거 제주의 명동이라 불린 칠성로 등 상권의 중심지였다.
관광객들이 제주에 오면 가장 먼저 발을 딛는 제주국제공항이 원도심인 용담동에 위치해있다.
특히 원도심은 옛성(城)이 자리했던 곳으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제주의 정치, 행정, 문화의 중심지였다. 관덕정, 목관아, 삼성혈 등이 그런 흔적들이다.
서귀포권에 비해 관광지로서 매력이 덜하고 신제주권에 비해서는 도심지다운 활기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원도심은 그 나름대로의 예스러운 멋과 핫플레이스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용연구름다리는 도두봉이나 도두 무지개해안도로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아는 사람들은 아는 숨겨진 포토존이다.
한쪽에는 초록빛 용연계곡이, 반대편에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어느쪽을 향해서 사진을 찍느냐에 따라 색다른 그림을 연출할 수 있다. 저녁에 다리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불켜고 조업 중인 어선들이 마치 별이 내려와 떠있는 듯해 감성을 자극한다.
원도심은 어린시절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좁은 골목길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 무렵 동네친구들과 단 몇분이라도 더 놀고싶어 "밥 먹어라"는 어머니의 재촉을 자꾸 미루던 그 시절의 추억이 원도심 골목길에 새겨져있다.
이러한 골목길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포토존으로 삼는 것도 원도심 여행의 묘미다.
유명한 골목길로는 남수각하늘길벽화거리, 연무정길, 만덕로길 등이 있다. 다만 골목길은 관광지가 아니라 주거공간이기때문에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않도록 조용하고 차분하게 둘러보기를 권한다.
조선시대 제주도의 관청인 제주목관아는 최근들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곱게 수놓은 한복을 차려입고 전통놀이를 하거나 목관아의 전각인 연희각, 망경루 등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10월말까지 야간개장을 하며 오후 6시 이후에는 무료입장이다.
아날로그와 앤틱에 관심이 있다면 중앙로상점가의 노포들을 탐방해보자.
중앙로상점가는 상권의 역사가 깊어 수십년된 가게들이 제법있다.
1945년 해방 무렵 개업해 3대에 걸쳐 80년 가까이 그 곳을 지켜온 제주도 1호 서점, 40여년 맞춤정장으로 원도심을 주름잡은 의상실과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잡화가게, 50년간 이웃들의 희로애락을 카메라에 담아 온 사진관, 30년 전통의 수제화 전문점 등등이 여기에 자리해있다.
원도심에는 맛은 기본이고 MZ세대의 특별한 감성을 채워줄 맛집들이 즐비하다.
SNS에서 쏟아지는 맛집정보에 지쳤다면 제주관광공사 추진하는 '입맛도심' 프로젝트를 참고할만하다. '입맛도심(Tasty towntour)'은 '입맛이 도는 도심', '맛의 도시 제주 원도심'이라는 뜻이 담긴 중의적 표현이다.
올해 첫 주제는 '야간 미식'으로 정했다. "원도심 식당들은 대부분 일찍 문을 닫는다"는 시민과 관광객의 의견을 반영해 원도심을 미식과 야간명소로 탈바꿈하자는 취지다.
'야간 미식'으로 선정된 곳은 제주시 탑동(미친부엌, 아피로제주, 맥파이)과 중앙로(바오비, 초리), 관덕정(무슈나잇, 유메), 칠성로/산지천(풀고레, 배가본드, 올댓제주)에 있는 매장 10곳이다. 공사는 다음달 15일까지 해당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복권을 나눠주고 10명의 당첨자에게 시드니 왕복 항공권 등 무료 항공권을 제공한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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