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에 원전 오염수까지"…53년 물질 경력 제주해녀 "더 이상 못하겠다"
[제주포럼 2023]'제주해녀 문화와 바다환경 변화' 세션
현직 해녀 2명 참여… 직접 느낀 해양오염 심각성 고발
- 강승남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급격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제주바다가 위기다. 제주바다의 위기는 이 곳을 '삶의 터전'을 살아가고 있는 제주해녀들의 생존과 직결된다.
제18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제18회 제주포럼)에서는 현직 제주해녀들이 현실적으로 체감하는 바다환경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계숙 사단법인 제주해녀협회 회장(70)은 포럼 첫날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따른 제주해녀 문화와 바다환경 변화'세션 기조강연에서 53년 물질 경력을 바탕으로 직접 느낀 제주 바다 위기의 심각성을 '제주어'로 고발했다.
김 회장은 "칠성판을 등에 지고 물질을 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제주해녀들은 늘 죽음의 문턱에서 물질을 한다"며 "그래도 처음 물질을 했을때는 사람 키 만한 톳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 재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채취하기 어렵다"고 피력했다.
이어 "톳 뿐 아니라 감태나 모자반도 지금은 보기 어렵고, 해산물 종묘를 방류해도 효과가 없다"며 "물질을 할 동안은 어떻게든 하겠지만 바다에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해서는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김 회장은 "바다가 오염되고, 어장이 황폐화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데,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는 더 기가 막힌다"며 "물질을 하다보면 바닷물을 마실 수 밖에 없는데, 목숨을 바쳐가며 할 필요가 있느냐. 그럴거면 그만 하는게 낫다"고 말했다.
고송자 제주해녀협회 사무국장도 "할머니부터 3대가 물질을 했다"며 "해녀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몸이 허락하는데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오염수 방류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힘으로는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를) 막을 수도 없어 더 답답하다"며 "안전하다고 하는데, 일본에서 공업용수나 분수로 사용하면 되지 왜 방류를 하는 것이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토로했다.
한편 제주도가 공개한 '제주지역 해녀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제주에 현직으로 등록한 해녀는 322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인 2021년 3437명에서 211명(6.1%) 줄어든 것이다.
현직 해녀의 감소폭은 5년 전과 비교하면 더욱 크다. 2017년 3985명보다 759명(19%)이나 줄어드는 등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ks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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