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사고→폭행→침입' 7차례 시도 끝 살해…'제주 3인조' 전말
담보 미끼 식당 경영권 가로채려…전원 구속송치
김씨 부부, 박씨에게 착수금으로 현금 2000여 만원과 경비 등 3500만원 받아
-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을 조수석에 태울 거니까 조수석 쪽을 들이받으면 된다."
제주 유명 식당 경영권을 빼앗기 위한 범행은 무려 6개월에 걸쳐 이뤄졌다.
지난 27일 강도살인 혐의로 검찰에 구속송치된 박모씨(55)와 김모씨(50), 김씨 아내 이모씨(45)는 지난 7월부터 피해자 A씨를 해치기로 공모하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이들이 가장 처음으로 계획한 건 '고의 교통사고'였다. 피해자와 가까운 사이였던 박씨가 A씨를 조수석에 태우고 도로로 나오면 김씨가 차량 조수석 쪽을 들이받는 구상이었다.
피의자들은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3차례에 걸쳐 고의 사고를 내려 했지만 폐쇄회로(CC)TV와 도로 속도제한 등에 막혀 실제 범행에 착수하지는 못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제한속도 50㎞ 도로라 크게 다치지 않을 것 같다’, ‘고급차니 빠른 속도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나눈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0일에는 김씨가 귀가하는 A씨를 무작정 폭행하려다 우연히 지나가던 순찰차를 보고 도주하기도 했다.
모든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들은 피해자 집에 침입하기로 공모한다.
지난달 29일 김씨는 박씨가 알려준 비밀번호로 피해자 주거지에 침입하려다 비밀번호가 틀려 범행에 실패했다.
결국 김씨는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 A씨 주거지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지난 16일 정오쯤부터 A씨 집에 숨어있다 오후 3시2분에서 19분 사이 귀가한 피해자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후 각종 금품과 현금을 훔쳐 빠져나왔다. 당시 이씨는 A씨 동선을 김씨에게 시시각각 전달했고, 경남에 있던 박씨는 전화로 범행을 지휘했다.
김씨는 범행 전후 제주를 오가는 배를 예약할 때 지인의 신분증을 도용하는가 하면 범행 후 옷을 갈아입거나 택시를 바꿔타며 사람이 많은 곳으로 도주하는 등 완전 계획범죄를 기도하기도 했다.
◇식당 경영권 뺏으려 범행 주도…금전 대가에 범행 가담
경찰은 살인을 청부하고, 모든 범행을 설계한 주범으로 박씨를 지목했다.
박씨는 피해자 A씨와 2018년 우연히 만나 가까워졌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박씨가 A씨로부터 빌린 억대의 돈을 갚지 않아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박씨가 피해자에게 소개해 매입한 땅이 민형사상 소송에 휘말리며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경찰은 박씨와 피해자가 2019년 박씨 명의의 토지와 피해자 식당 부지, 식당 건물을 공동담보로 수십억원대의 대출을 받은 기록을 확인했다. 대출금은 피해자 식당의 운영금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해당 식당의 공동투자자 행세를 해 온 박씨가 공동담보를 이용해 식당 운영권을 완전히 뺏을 목적으로 범행을 사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A씨가 사망에 이르지 않고, 수개월간 입원할 상해만 입어도 경영권을 뺏어올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사망 후 박씨가 토지 담보를 해제하게 되면 피해자 유족들에게 막대한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없을 것으로 보고 공동투자자인 자신이 식당을 잘 운영하겠다고 회유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박씨가 담보로 내놓은 서귀포시 표선면의 토지 역시 불법적으로 취득한 것으로 파악돼 경찰이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박씨와 경남 선후배 사이인 김씨는 범행을 사주하며 박씨가 늘어놓은 각종 금전적 대가에 넘어가 범행에 가담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 부부는 박씨에게 착수금으로 현금 2000여 만원과 경비 등 3500만원을 받았고, 범행 후 식당 분점 운영권과 채무 2억원 변제, 피해자 명의의 서울 아파트 등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부부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김씨가 피해자를 살해할 당시 경남에 머물며 알리바이까지 만든 박씨는 경찰에 태연히 출석하는 한편 김씨 부부에게 "다 안고 가면 길어도 5년 내에 출소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회유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 내내 "김씨 부부가 범행을 계획했고, 나는 관여한 바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실제로 박씨는 전날 오후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면서도 “사주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초 살인과 살인교사 혐의로 피의자들을 구속했으나 김씨가 피해자 살해 후 금품을 들고 도주한 점 등을 고려해 피의자 전원을 강도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며 "박씨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기 범행들에 대해서도 끝까지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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