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우도]⑤제주 여행와서 텐트 통째로 버린 분 찾습니다

쓰레기 안 버리고 줍기까지?… '제로웨이스트' 여행
조금 불편하지만 지구를 위한 양보…"작은 것부터 실천"

편집자주 ...'섬속의 섬' 제주시 우도면에서 특별한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우도는 인구 1700명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연간 최대 200만명이 찾는 대표적 관광지다. 그러나 관광객 증가는 폐기물 특히 플라스틱 증가로 이어졌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등은 우도에서 다회용컵 사용 등 플라스틱 줄이기를 목표로 '청정 우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우도에서 시작한 '작은 혁명'이 대한민국으로 확산하길 바라며 뉴스1제주본부가 10회에 걸쳐 '우도 프로젝트'의 배경과 성과, 참여하는 기관 및 주민 등을 소개한다.

변수빈 디프다 제주 대표가 제주 우도면에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News1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심지어 캠핑하고 나서 텐트를 통째로 버리고 간 경우도 봤어요. 정리하고 가져가기 귀찮으니까 그냥 버린 거죠."

10월30일 오전 제주도 부속섬인 제주시 우도면 비양도 해안가.

찬 가을바람이 제법 세차게 부는 날이었지만 20~30대 젊은 청년들이 분주하게 해안 이곳저곳을 누비며 마대에 쓰레기를 담고 있었다.

환경단체 '디프다 제주' 변수빈 대표는 한손에 쓰레기가 가득한 마대를, 또 다른 한 손에는 자신의 몸 절반만한 폐스티로폼을 껴안고 있었다.

모은 쓰레기는 폐어구가 대부분이고 플라스틱 생수병도 적지않았다.

1시간만에 주운 쓰레기량이 어림잡아도 마대 10여개 이상이 됐다. 마대에 담지 못할만큼 큰 폐기물도 다수였다.

쓰레기를 주은 이들의 정체는 놀랍게도 여행객이다. 이들은 제주관광공사가 주최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여행 참가자들이다. 제로웨이스트 여행이란 여행 과정에서 탄소와 플라스틱을 최소화하는 등 환경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친환경여행 문화다.

이들은 왜 쓰레기를 주워야 하는 '험난'한 여행길에 오른 것일까

30일 오전 제주시 우도면에서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주최한 '제로웨이스트' 여행에 참가한 방문객들이 해안가 쓰레기를 수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여행이란 여행 과정에서 탄소와 플라스틱을 배출을 최소화하는 등 환경 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친환경 여행 문화다. 2022.10.30/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제약' 투성이 불편한 여행?…지구를 살리는 착한 여행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제주도 1인당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1.64㎏(2020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전국 평균(0.89㎏)의 2배다. 제주도는 생활폐기물 발생량의 40%가 관광산업 즉, 관광객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가 환경보전분담금을 추진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우도 역시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다. 관광산업이 주소득원이지만 환경 훼손, 교통 체증 등 다양한 부작용이 문제로 떠올랐다.

이번 제로웨이스트 여행에는 도민, 관광객 10명이 참여했다. 인플루언서, 초등학교 교사, 직업군인 출신 등 직업도 사연도 가지각색이지만 환경이라는 관심사로 뭉쳤다.

10월29일 성산항에서 우도로 출발하기 전 우도의 자연을 보호하고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을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우도 서약이 1박2일 이들의 첫번째 일정이다.

우도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제로웨이스트는 기본적으로 '불편함'과 '기다림'을 감수해야 하는 여행이다.

우도에 도착한 이들의 교통수단은 렌터카 등 차량이 아닌 전기자전거와 튼튼한 두 다리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은 물론 차를 타고 빠르게 달릴 때는 보거나 느끼지 못한 우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조금 느릴지라도 더 자세히,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물 한잔 마시는 것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보통의 여행이라면 가까운 편의점에서 1000원을 주고 생수병을 사면 그만이지만 제로웨이스트에서는 용납하지 않는다. 개인 텀블러나 큰 물통을 들고다니며 식당에서 공급받은 식수를 마셔야 한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2020년 도내 해안에서 쓰레기 232.5㎏을 수거한 결과 가장 많은 플라스틱은 '생수병'이었다고 한다.

꿀팁이 있다. '지구별 약수터'라는 캠페인인데 '약수터'로 지정된 카페에 텀블러를 갖고 가면 무료로 식수를 받을 수 있다. 우도에도 지구별 약수터가 있으니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참고하면 좋겠다.

우도 제로웨이스트 여행 참가자들이 배낭을 벗어놓고 해안가 쓰레기를 줍고 있다ⓒ News1 고동명 기자
30일 오전 제주시 우도면에서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주최한 '제로웨이스트' 여행에 참가한 방문객들이 해안가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2022.10.30/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물티슈 한장, 종이컵 한개 쓰는 것조차 부담스럽다. 일상에서, 보통의 여행에서 쉽게 사용하던 물품이 이 여행에서는 '제약'이다.

우도봉에서 일몰을 보고 숙소, 정확히는 텐트가 있는 비양도에 돌아온 이들은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우도 비양도는 '백패킹의 성지'라 불리는 인기 캠핑장소다. 우도와 육로가 연결돼 있어 배를 타지 않고 다닐 수 있다.

캠핑의 하이라이트인 저녁식사자리에서도 화로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은 없다. 일회용 도시락은 당연히 이들의 여행에 낄 수 없다. 대신 만들어진 음식을 미리 준비해 발열제로 데워서 먹는다. 그 와중에 물이 떨어져 참가자 한명이 물을 공급받으려고 큰 물통을 들고 식당까지 한참을 이동해야 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하려는 여행에서 이들은 이렇게 제약을 둔다.

이 제약은 우도를, 제주도를, 더 나아가 이 지구를 살리는 제약이자 양보인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변수빈 대표는 "제로웨이스트에는 5R이라 부르는 5가지 원칙이 있는데 refuse(일회용품 거절), reduce(줄이기), reuse(재사용), recycle (재활용), rot(음식물 퇴비화) 이렇게 5가지"라며 "그러나 이 5가지를 모두 지키며 여행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도 비양도에서 바라본 일몰

변 대표는 "처음부터 한꺼번에 제로웨이스트를 하려 하기보다는 텀블러나 손수건 쓰기, 대나무 칫솔처럼 작는 것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내가 실천하는데서 변화가 시작된다"고 했다.

이번 여행에 참가한 김동성씨는 "캠핑을 좋아하고 자연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쓰레기에 예민하다"며 "내가 다음에 또 찾아와야할 자연인데 주변이 더러우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유행하는 캠핑은 휴양의 느낌이 강한데 전통적인 캠핑족들은 음식이 많으면 무게가 되고 부피가 커지니 간소하게 먹는다"며 "어떻게 보면 제로웨이스트 여행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김소연씨는 "이번 여행을 하면서 쓰레기라는게 일상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불필요하게 생산되는게 많다고 느꼈다"며 "제가 물티슈 없이는 못 살았는데 집에 돌아가서는 사소한 것부터, 물티슈를 최대한 안쓰는 것부터 바꿔보려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번 여행을 운영한 OTA(온라인 여행사)플랫폼 '제주미니'의 안재민 대표는 "여행객이 늘어나는 만큼 쓰레기 문제는 제주의 자연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며 "누구나 공평하게 마음껏 누릴 수 있어야 하는 제주 자연을 모두가 계속 즐길 수 있도록 제로웨이스트 여행객들이 많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