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교섭 중 노조원들 강제 전적발령…법원 "부당노동행위"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한림농협 상대 소송서 승소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한림농협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020년 11월20일 제주시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에서 한림농협의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0.11.20 /뉴스1ⓒ News1 DB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단체교섭 중 노동조합원들을 다른 지역농협으로 강제로 전적시킨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30일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최근 제주지방법원 제5민사부(재판장 문종철 부장판사)는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등이 한림농업협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전적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한림농협지회는 2019년 8월12일 한림농협노조를 설립하고 한림농협과 2020년 2월12일 제1차 단체교섭을 한 데 이어 한림농협의 요청으로 같은 해 3월11일 제2차 단체교섭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시지역농협 인사업무협의회는 제2차 단체교섭 이틀 전인 2020년 3월9일 한림농협노조 간부들을 포함한 노조조합원 4명에 대해 다른 지역농협으로 가도록 하는 이른바 전적 발령을 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전적의 경우 근로계약상 사용자 지위를 양도하는 것으로 기업 내 인사이동인 전근이나 전보와 달라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효력이 생기는데 이 때 한림농협은 결정적으로 근로자 동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

한림농협은 재판 과정에서 "이미 근로계약서 자체에 인사교류에 대한 동의가 명시돼 있고, 원고들(노조조합원 4명)은 전적 후 이의 없이 퇴직금을 수령했다"며 "이는 원고 측이 전적에 포괄적·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농협중앙회가 재차 한림농협에 보낸 '농축협 인사운용 지도'를 보면 인사업무협의회에 인사교류 동의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이 있는 점 △한림농협이 2020년 3월13일 원고들에게 인사교류 동의서 작성을 요청했으나 원고들이 거부한 점 △'퇴직금은 유보·이관되지 않는다'는 말로 퇴직금을 수령하도록 한 점 등을 들어 한림농협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전적은 원고들이 노조 활동을 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 같은 부당노동행위는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수 없는 정도"라고 판시했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한림농협은 법원의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노조활동 보장과 상식이 통하는 노사관계를 위해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