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공작' 시도설에 놀란 인천 섬 주민들 "하루 빨리 정세 안정되길"
- 이시명 기자
(인천=뉴스1) 이시명 기자 = '북풍(北風)' 공작을 통해 우리 군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북방한계선(NLL) 인근 인천 섬 주민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는 양상이다.
27일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NLL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고, 북측의 전쟁을 유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라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 메모의 의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장 모 씨(72) 인천 옹진군 백령도 주민은 "계엄을 통한 권력 유지를 위해 섬 주민들의 생명을 이용한 어처구니없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를 냈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북한과 불과 약 17㎞ 떨어진 NLL 인근 접경지다. 이 때문에 백령도 인근의 대연평도, 소연평도, 대청도, 소청도는 '한반도 화약고'라 불리기도 한다.
장 씨는 "북한이 평양 상공을 침투한 무인기의 이륙지점인 백령도를 타격하겠다는 발표를 했을 때 믿지 않았는데, 지금은 어쩌면 현실이 됐을지도 몰랐겠다는 현 정부에 대한 배신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지난 10월 "한국이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전단)을 살포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인기가 백령도에서 출발했다는 침투 경로 발표와 함께 "대한민국의 군사적 수단의 침범 행위가 또다시 발견·확정되면 즉각적인 보복 공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박 모 씨(65) 소청도 주민은 "군사합의 파기도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는 장치 중 하나이지 않겠느냐는 의심도 든다"며 "대북 확성기 사용 이후 북한이 쓰레기 풍선을 보내는 등 불안한 삶을 안겨주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강 모 씨(48) 대연평도 주민 역시 "하루빨리 정세가 안정되기만을 바랄 뿐이다"며 "요즘 나오는 뉴스를 볼 때면 한숨만 나온다"고 한탄했다.
인천 서해5도 주민들로 구성된 '안보 특구 5도서 옹진군복귀 비상대책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관련된 수사 결과를 두고 주민 입장을 표명한다는 방침이다.
장제성 비대위 대외협력위원장은 "불안한 정세 속에서 주민들과 의견을 주고받고 있지만,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만 수사 결과를 두고 주민 의견을 수렴한 단체의 공식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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