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어쩌다 '저어새 성지' 됐나

[지방지킴] 저어새를 지키는 사람들
"전세계 개체 60%가 인천 갯벌 서식"

저어새.2022.5.10/뉴스1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돌아와 줘 고맙다.' '태어나 줘 고마워.' '잘 살다 오렴.'

인천시 남동구 남동저수지 인근에 마련된 저어새 생태학습관에선 저어새를 위한 잔치를 1년에 3회 연다. 3월엔 대만·홍콩 등지에서 겨울을 나고 돌아온 저어새를 위한 환영 잔치, 5월엔 새끼 저어새 생일 잔치, 11월엔 다시 이들에 대한 환송 잔치를 연다.

이곳 사람들은 검은 주걱 같은 부리를 가진, 귀엽다고 하기엔 거리가 먼 듯한 저어새를 지킨다. 저어새가 잘 살 수 있게 저수지 위에 '인공섬'을 만들고, 저어새가 잘 지내는지 하루 한 번 모니터링한다.

19일 뉴스1이 만난 권인기 저어새 생태학습관장은 15년째 저어새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 사람'인 그는 저어새 연구를 위해 인천에 잠시 거주하기도 했다.

권 관장은 "저어새는 세계에 6988마리가 있는데 이 중 90%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다"며 "그중 60%가 인천, 20%가 이 남동저수지를 찾는다. 인천은 갯벌도 많고 조수간만의 차도 커 저어새가 살기 최적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권인기 저어새 생태학습관장.2024.10.19/뉴스1

지난 1900년도 초반 1만 마리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저어새는 '흔히 볼 수 있는' 새로 기록돼 있다. 그랬던 저어새는 1990년 전후 살충제(DDT) 사용으로 개체수가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DDT가 저어새 체내에 농축되면서 알껍데기가 얇아지는 바람에 부화에 실패한 경우가 많았던 게 원인이 됐다.

이제 저어새는 '인천에서만' 흔히 볼 수 있는 새가 됐다.

다만 2010년에 2000마리 정도였던 저어새는 시민단체 등의 도움으로 현재는 그 개체수가 3배가량 늘었다.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 예술을 하는 사람, 청소년 등 다양한 시민이 모여 저어새를 지켜냈다.

권 관장은 "저어새를 지키는 것은 꼭 저어새만 지키는 행동이 아니다"며 "저어새는 '우산종'이어서 저어새가 우산을 씌워주는 것처럼 우산 밑의 여러 동식물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어새가 머물 수 있게 남동유수지에 마련된 인공섬.2024.10.19/뉴스1

그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9년엔 너구리들의 습격으로 저어새 새끼와 알이 집단 폐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7년 233마리에 달했던 새끼 저어새는 2018년 46마리, 2019년 15마리로 급격히 줄었다.

당시 승기천에서 흘러 내려온 퇴적층이 저어새섬 인근에 쌓이면서 육상동물인 너구리가 저어새섬까지 갈 수 있게 됐던 것이다.

저어새 번식지가 초토화된 상황에서 시민들은 보호 울타리를 조성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

권 관장은 "그 귀하다는 새가 이곳(인천)에 오면 쉽게 볼 수 있는 새가 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있었다"며 "그들 덕분에 인천시와 환경부도 지원해 줬고, 기업도 관심을 갖고 저어새 보호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19일 인천시 남동구 남동저수지에서 열린 '저어새 환송잔치'에서 학생들이 저어새 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2024.10.19/뉴스1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