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730쪽 책 펴낸 현직 소방관이 본 부천호텔 참사의 이면

[인터뷰] '소방의 역사' 작가 송병준 소방위
현직 소방관이 쓴 '소방의 역사'…"본질과 더 가까워졌죠"

지난 8일 인천 중구 을왕동 용유119센터에서 송병준 소방위가 자신이 쓴 '소방의 역사' 책을 들고 소개하고 있다.2024.10.13 ⓒ News1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소방차, 소화기, 에어매트는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아시나요."

8일 인천 중구 을왕동 용유119안전센터에서 만난 송병준 소방위는 자신이 쓴 책 '소방의 역사'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소방의 역사'는 인류가 화재에 맞서 어떤 험난한 과정을 거치며 지금에 이르렀는지, 소방의 역사를 바꾼 화재의 원인과 그 참혹함은 어떠했는지, 소방 도구를 처음 발명한 선구자들은 어떤 계기와 동력으로 연구를 계속했는지 등을 탐색한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과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의 사례, 경험이 담겨있다.

송 소방위는 중앙소방학교에서 교수요원으로 활동하다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이론 중 잘못돼 있는 내용들을 종종 발견했다고 한다. 또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소방기구들이 과거에는 어떻게 사용돼왔는지를 학생들에게 설명하면 조금 더 풍성한 내용을 가르칠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송 소방위는 "시중에 나와있는 문제집에는 소방관 시험을 보기 위한 문제풀이만 나와있어 '이론서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며 "퇴근하고, 휴일 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730쪽에 달하는 책을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년이다. 매일 퇴근하고 1시간, 휴일에는 하루 종일 책을 썼다. 휴일에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아내의 눈총도 견뎌냈지만, 글 쓰는 권태기가 생겨 1년 동안 책을 방치해뒀던 기간도 있다고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내용이 아니다 보니 자료조사도 만만치 않았다. 송 소방위는 "주로 해외 논문을 참고하고 직접 이메일로 연락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책을 쓰면서 저 스스로 배운 점이 많았다"며 "예를 들어 최근 발생한 부천 호텔화재 같은 경우 언론 등에서 '에어매트, 스프링클러가 있으면 안전해'라는 식의 내용이 나오는 것이 안타까웠다. 소방기구의 기능이 어떤 상황이라도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본질에 가까워지는 게 중요했다"고 했다.

송 소방위는 다음 책 출간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송 소방위는 "다중이용업소에서 사고가 나면 희생자들은 잊히고 '그 행위가 합법이었나 불법이었나'에 초점을 맞춘다"며 "희생자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송 소방위는 2006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인천소방본부 산하 공단소방서 남부(현 미추홀)소방서 인천소방학교에서 근무했고, 소방청 중앙소방학교 교수 요원과 화재 교관을 거쳐 현재 인천소방본부 소속 소방관으로 지금도 화재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소방의 역사 책.2024.10.13/뉴스1

imsoyoung@news1.kr